김윤희(1938~  )

 

그 날 이후 보이지 않아
찾아다녔는데, 글쎄 오늘 밤
저 아득한 하늘 다락에서 다만
반짝 윙크 한 가지로
안부 알려주네

살아 있었구나
그 나라의 영원한 백성으로
이적(移籍) 하여

 

[시평]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을 바라보면, 문득 저 수많은 별들이 자리하고 있는 우주, 그 우주는 나와 어떠한 관계 위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저 별들이, 우주의 공간에 박히어 반짝이고 있는 저 별들이, 우리들이 이 지상을 떠나 저 별들로 반짝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 날 이후 보이지 않던 그가, 어디를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던 그가, 글쎄 오늘 밤 저렇듯 아득한 하늘 다락에서 다만 반짝하는 윙크 하나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안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 그런지도 몰라. 이 어찌 보면 무능하고 유한한 지상을 훌훌 떠나, 무변천공의 광막한 저 하늘로 이적(移籍)을 해서는, 그리고는 그 나라의 영원한 백성이 되어, 이 지상의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걱정할 것 없어. 나 이렇게 이곳 무한한 나라에서 잘 살고 있어. 하며 안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밤하늘 어딘가에 반짝이는 별빛으로 살아 있을 듯한 그리운 사람.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 우리의 머리 위 더 광막한 세상에서 반짝이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둠으로 꽉 찬 듯한 밤하늘, 다만 그렇게 광막하기만은 한 것은 결코 아니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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