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불교언론탄압 자행하는 자승 총무원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비판하면 해종언론?’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놓여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언론탄압’ 논란

불교계 매체 ‘해종언론’ 지정한지 600여일
불교·시민·언론단체 기자회견 열고 공론화
‘종교 자유’ ‘언론 자유’ 놓고 공방 벌여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조계종과 불교계 언론사 간 ‘해종언론’ 지정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해종언론으로 지정된 언론사들에게는 각종 취재제한과 종단 소속 사찰들의 광고게재 금지 등 이른바 ‘5금(五禁) 조치’가 단행되고 있어 조계종의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불교·시민·언론단체들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의 자유를 넘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조계종의 적폐사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유례없는 언론말살정책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조치이며, 언론의 귀와 입을 막은 채 제 입맛에 맞도록 불교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승 총무원장을 향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계종언론탄압공대위는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불교언론탄압 자행하는 자승 총무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의 해종언론 지정이 언론탄압이라며 공론화에 나섰다.

▲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화면에 나와 있는 ‘불교닷컴, 불교포커스 언론 탄압 주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도자료 배너.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캡처)

앞서 조계종은 20일 ‘언론 탄압 주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탄압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조계종은 언론탄압이 부당하게 언론사의 자율적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지칭한다며 “종단은 해당 매체의 보도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단도 취재 거부에 대한 자유가 있으며 이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탄압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11월 4일 중앙종회 결의에 의거해 조계종이 악성 인터넷 매체에 대한 공동 대응 지침을 마련하면서 부터다. 종단은 교계 언론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지정하고 취재금지, 광고금지, 출입금지, 접속금지, 접촉금지 이른바 5금 조치를 단행했다.

해종언론 지정 이유에 대해 당시 조계종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의혹에 대해 조계종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승가와 불자들을 모독해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과 결탁해 정보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4년째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종단은 ‘해종언론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해종언론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계획안’에는 종단 및 승려에 대한 허위 및 비방, 비난 기사로 인해 한국 불교와 종단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고 있으며 이에 악성 언론사에 대한 종단적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며 위원회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후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 등은 해종 언론 지정에 대한 논평을 내고 해종언론 지정에 대해 지지를 표했고, 두 매체에 취재지원 중단 및 취재거부를 통보했다.

그러다 최근 종단이 해종언론과 업무공조를 했다는 이유로 ‘불교저널’도 해종언론으로 지정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 발언하는 명진스님과함께하는변호사모임 대표 최병모 변호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명진스님과함께하는변호사모임 대표 최병모 변호사는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 신문은 ‘종교는 자율적인 단체인데 내부에서 어떻게 하든 바깥에서 왜 상관하느냐’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국가 일원으로 사는 이상 모든 국가 내 단체나 개인이나 가릴 것 없이 헌법 질서를 최고의 정점으로 하는 국법질서 내에서 허용되는 정당한 행위 내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따라서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이와 같은 행동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종교 단체라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발언하는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박병기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박병기 교수는 “(해종언론 사태가) 조계종단 내부에서 해결됐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고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600일이 지나도록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어 이런 연대까지 오게 돼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은 조계종에 ▲해종언론에 내려진 5금 조치를 해제하고 전면적인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 ▲해종언론이라 낙인찍은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언론탄압의 배경이 된 용주사주지 은처 의혹, 마곡사 금권선거, 동국대 사태 등 종단의 주요 적폐 사실에 대한 관련자들의 징계를 통해 자정 기능을 조속히 회복할 것 등을 촉구했다.

조계종의 해명에도 해종언론 지정이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불교언론탄압 자행하는 자승 총무원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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