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집중수색 재개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종자 가족들 기자간담회
“수색 구역 절반가량 축소”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수색을 위해 정부가 수색선을 추가로 투입하고 실종 해역 약 3만㎢를 집중 수색하기로 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처음 제시한 안에서 수색 구역이 절반가량 축소됐다며 수색선 추가 투입을 요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은 21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집중수색 재개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최초 설정한 수색 구역이 가로 300㎞, 세로 220㎞ 등 총 6만 6000㎢였고 이 면적을 수색하려면 3척의 수색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놓고 수색 범위를 가로 220㎞, 세로 130㎞로 줄이고 수색선 투입도 1척만 하기로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종자 가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재개에 관한 제1차 새 정부 합동브리핑을 했다. 합동브리핑에는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과, 해경 수색구조과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실시한 표류예측시스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실종 인근 해역 가로 220㎞, 세로 130㎞ 등 총 2만 8600㎢ 구역을 집중 수색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호 민원’으로 접수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청와대는 지난 13일 관계 부처에 수색선 1척 긴급 추가 투입 등 수색·구조에 필요한 종합적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외교부는 추가 예산을 투입해 지난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던 싱가포르 국적 2400t 선박 페리도트호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고 해역에 투입했다. 선원 16명이 탑승한 이 선박은 오는 25일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페리도트호의 수색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투입한 1767t 수색선이 지난 15일부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수색선은 다음 달 5일 계약 만료에 의해 철수가 예정돼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범위 축소에 대해 투입 예산에 맞춰 역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는 “수색선 2척이 투입됐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2척이 수색하는 시간도 길지 않아 실질적 수색이 이뤄질지 우려된다”며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잠깐 수색하고 덮어버리면서 이거 가지고 집중수색이 재개됐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해역 근처로 일주일에 한 번 폴라리스쉬핑 배가 지나간다. 그렇다면 며칠만이라도 수색을 도와주고 원래 항로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폴라리스쉬핑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생명구조 노력을 안 해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 초기 스텔라데이지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 비교해 점차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사건을 담당한 실무진에 책임을 물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진은 아무 변화가 없고, 그 실무진들이 사건과 관련해 부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실종자 가족들의 추측이다. 허 대표는 “실무진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고 집중수색에 대해 소극적인 의견을 개진했을 것”이라며 “해수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직접 만나 집중수색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노후 선박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허 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이 단일 선체 유조선을 개조한 노후 선박이 우리나라에만 28척이 있고, 그중 폴라리스쉬핑에 18척이 있다”며 “이런 노후 선박들은 언제, 어디서 가라앉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선원들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후 선박 정밀검진을 통해 개조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선박 운항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지난 3월 31일 “물이 샌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소식이 끊겼다. 필리핀인 선원 2명은 구사일생으로 구명뗏목을 타고 있다가 구조됐지만, 선장 등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1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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