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지난 14일 경상북도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3살 수컷 반달가슴곰의 정체가 야생 반달가슴곰으로 확인됐다. 지리산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서식지를 확장한 것이다.

환경부(장관 조경규)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보환)은 지난 14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유전자 검사 결과 '우수리 아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우수리 아종(Ursus thibetanus ussuricus)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 지역과 중국 동북부 및 한반도 지역에 서식하는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다.

종복원기술원은 또 곰의 귀에 난 상처가 아문 흔적을 발견, 이 개체가 2015년 태어나 10월 27일 지리산에 방사된 KM-53(수컷)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곰은 지리산 북부 능선 일대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위치 발신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실시간 추적에 차질이 빚어졌고, 공단 측은 헬기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해왔다.

공단은 반달가슴곰이 지리산국립공원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국립공원 등을 거쳐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야생동물 이동에 장애요인이었던 고속도로에 교량이 설치되고 사치산 등에 생태통로가 설치돼 반달가슴곰의 장거리 이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의 추정 이동 거리는 80㎞ 이상에 달해 이례적이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그동안 방사된 반달가슴곰들이 보통 반경 15㎞ 이내에서 활동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미국 학계에서는 수컷 흑곰의 분산 거리가 0.6∼80㎞로 보고된 바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이동할 경우에 대비해 체계적인 추적·모니터링 체계를 만드는 동시에 안전사고 예방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동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이번 이동 사례는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덕유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한 종의 복원사업은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생태계 복원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곰과 인간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관련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주민과 함께 공동 노력하고 복원사업이 지역사회 경제활동에도 긍정적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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