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옥자’ 스틸. (제공: NEW)


‘미자’의 옥자 구하기 프로젝트
이 구역의 신스틸러는 최우식
사회적 메시지·유머 함께 전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괴물’ ‘설국열차’ ‘마더’ 등 과감한 시도와 독보적 작품세계로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를 주름잡는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의 신작 ‘옥자’를 들고 돌아왔다.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동물 학대 실험으로 기업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글로벌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을 일으키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바로 싸고 끝내주게 맛있는 고기 만들기인 ‘슈퍼 돼지 프로젝트’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26마리의 슈퍼 돼지를 26개국의 농부에게 맡겨 키우고, 10년 뒤 가장 우수한 돼지를 뽑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가장 우수한 돼지로 뽑힌 돼지의 유전자를 번식시켜 대량의 돼지고기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26마리의 돼지 중 한 마리인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네 집으로 보내진다. 옥자는 미자와 함께 산속을 누비며 튼튼하게 자란다. 유전자 연구로 태어난 슈퍼돼지인 탓인지 옥자는 미자와 교감하며, 인지능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미자를 구하기도 한다. 또 산에서 뛰어놀고, 대봉 감을 따 먹고, 계곡에서 낚시하며 지낸다. 옥자와 미자는 친구를 넘어 자매처럼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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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슈퍼 돼지 프로젝트’가 10년째 되는 날에 미국 뉴욕 미란도 본사에서 날아온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 분)’와 함께 옥자는 서울로 가게 된다. ‘슈퍼 돼지 프로젝트’를 위해 옥자는 서울에서 뉴욕으로 끌려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자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와 함께 옥자 구출대작전에 나선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숱한 화제를 남긴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다. 프랑스 칸 현지에서부터 전통 상영 규율을 깨트리는 문제작으로 취급돼 논란이 많았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로부터 상영관을 얻지 못해 서울 대한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다. ‘옥자’는 19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79개 극장, 103개 스크린을 확정 지었다.

이런 영화관들의 행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 ‘옥자’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디테일한 연출력, 묵직한 울림으로 크게 한방을 날린다.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동물 학대, 이득만을 위한 대기업의 거짓말, ‘나만 잘되면 돼’ ‘내 가족이 우선이야’ 하는 인간의 이기심, 인종차별 등을 필터를 거치지 않고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죠니는 동물을 사랑함에도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잔인한 실험을 한다. 인간이 가진 욕심의 끝이 어딘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러닝타임 내내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촌철살인 같은 화두를 던지면서도 유머와 센스를 잃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 일단 옥자는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처럼 굉장히 귀엽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미자와 손발이 척척 맞아 일반 반려동물보다 나은 듯하다. 영화 초반 미자와 옥자가 산속을 헤치며 뛰어 노는 장면은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하게 한다.

미국식 유머도 곳곳에 등장한다. ALF에서 재미교포 ‘케이’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첫 등장에서 옥자를 납치한 ‘박문도(윤제문 분)’에게 “우리 사뢈, 나쁜 사뢈 아니야. 우리 이제 그쪽으로 건너갈 거야”라며 어설픈 한국말을 구사해 폭소를 터뜨린다. 그는 또 결정적인 순간마다 리더 ‘제이(폴 다노 분)’의 말을 왜곡해서 전달해 웃음을 자아낸다. 봉준호 감독의 주특기인 날카로운 메시지와 대비되는 동심 가득한 감성 등 연출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 영화 ‘옥자’ 스틸. (제공: NEW)


영화의 신스틸러는 단연 최우식이다. 트럭운전사 ‘김군’ 역으로 출연하는 최우식은 관객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지 않았지만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배우 사이에서 짧고 굵게 강렬한 한방을 날린다. 그의 출연분량은 단 몇분이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옥자는 CG를 통해 현실 세계로 구현됐다. 봉준호 감독은 시각효과 담당 전문가들과 함께 돼지와 하마, 강아지를 합쳐 놓은 외모에 실제 동물의 특징을 살려 옥자를 탄생시켰다. 목소리는 배우 이정은이 연기하고,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특수한 돼지 소리를 믹싱했다. 산속에서 지내는 동물답지 않게 과하게 깔끔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움직임과 질감이 자연스러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강력하고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영화 ‘옥자’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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