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가뭄이 극심 지역인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한 ‘논’에 물이 없어 땅이 점점 갈라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광주시, 가뭄 우심지역 ‘대형관정’ 개발 추진
“내년 파종할 ‘종자’도 거두기 힘들다” 하소연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어찌나 가뭄이 심한지, 이러다 사람도 타 죽겠어요. 우리 동네가 지금 ‘비상’이 걸렸어요. 가을 추수는 생각도 못하겠어요.”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지방 2급 하천인 ‘식지천’에서 20일 오전 양수작업을 하고 있던 표영규(남, 58)씨는 “일손은 부족하고 하늘에서 비는 안 내리고 정말 죽을 지경”이라며 “벼를 심지 못해 방치된 논이 더 많다”고 체념하는 듯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쌍내마을 ‘식지천’에서 양수작업을 하고 있던 표씨는 기자에게 “산 위에 저수지가 2개 있는데 물이 없어 바닥을 보인지 오래됐고, 현재로선 가을 추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마을에서 1.5㎞를 따라 올라가 본 내산 2저수지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물 없는 웅덩이로 변해 있었다. 다만 저수지까지 가는 사이 곳곳에 물웅덩이를 파고 비닐을 씌워 물을 저장해 논으로 옳긴 흔적만 있었다.

전남도 ‘장성댐’에서는 7일간 물을 공급하고 다시 5일간 쉰 후 수로를 개방하는 방식의 용수 기간을 정해놓고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가뭄 해소를 위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 가뭄 극심 지역인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내산 2저수지가 20일 오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쌍례 마을 용수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 대부분은 “오는 22일까지 수문을 개방해 내산 2제 1.2㎞구간에 ‘용수관’을 설치해 25㏊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가뭄 극복에는 역부족”이라며 “벼를 심어놓은 논도 농수 공급이 안 돼 땅이 갈라져 벼가 다 죽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용수작업을 하고 있던 김효균(남, 76), 표대식(남, 68)씨는 “1.2㎞구간 설치해 놓은 용수관이 터져 재차 작업을 다시 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며 모내기를 위한 농수 공급에 여념이 없었다.”

내산 제 2저수지에서 내려오다 만난 김종균(남, 74)씨는 “조상들이 남긴 토지를 지키며 쌍례 마을에서 5대째 살면서 6000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며 “심한 가뭄으로 아직도 400평의 논에 벼를 심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또 “마을 이장(표영규)이 밤에 잠도 안 자고 ‘용수관’을 살피고 다른 사람 논에 먼저 물대서 벼 심으라고 양보하고 자기 논은 나중에 한다고 양보했다”며 “참 착한 사람”이라고 거듭 칭찬했다.

또 옥수수 밭에 물을 주고 잠시 쉬고 있던 오희숙(여, 71)씨는 “‘곡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는데,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을 옥수수 수확도 제대로 안 될까 걱정스럽다”며 한탄했다.

▲ 전남 장성댐에서 개방한 수로를 통해 20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지방 2급 하천인 ‘식지천’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함께 일하던 유순(여, 62)씨도 “풍년이 들어야 동네 인심이 좋아지는데 밭작물이 가뭄에 타고 있으니 내 마음도 타들어 간다”며 “날마다 하늘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일도 제대로 못 했다는 김요순(여, 70) 할머니는 “마을 앞 콩밭이 다 타버려서 내년에 파종할 채소 씨앗도 거두기 힘들겠다”며 걱정했다.

한편 광주시는 광산구 삼도동을 비롯한 북구 충효동 등 가뭄 현장을 방문해 농민들을 위로하고 향후 가뭄 우심지역(북구, 광산구)에 대형 관정 개발을 할 예정이다.

광주시 생명농업과 배종춘 과장은 “긴급 양수작업 등 현장 방문을 통해 가뭄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상치 못한 자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안전처에 특별교부금 10억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 가뭄 극심지역인 광주 광산구 삼도동 쌍내마을 표영규 이장을 비롯한 김효균, 표대식씨가 20일 오전 터진 용수로를 다시 복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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