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수년전부터 공공장소에서 수위 높은 애정행각을 벌인 커플들의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언론에서 다뤘던 논점은 소수 젊은층의 애정행각에 대한 도가 지나친다거나, 애정행각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밤에 술을 마시고 애정행각을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부분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인지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평소 의식수준이다.

최모(42)씨는 요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항상 신경이 쓰인다며 에스컬레이터 트라우마가 있다고 할 정도다. 최씨는 20대초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먼저 탈 경우는 일부러 10초간 기다렸다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탈 때마다 멀쩡하게 생긴 10대 후반에서 20대 커플들이 농도 짙은 키스와 허그 등 스킨십을 일삼고, 특히 남자친구를 껴안은 여자가 멀쩡하게 아래에 있는 최씨의 눈을 응시하며 더욱 사랑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모(38)씨 역시 지하철 역사 안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에서 벌어지는 젊은 남녀들의 깊은 애정표현이 신경 쓰이고 눈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꼴불견을 떠나 이제는 어느 정도 정확한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요즘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스스럼없이 먼저 입을 맞추고 스킨십을 시도한다고 전했다.

10년, 20년 전 공공장소에서 부끄러워하고 남들을 의식하는 문화적 인식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부끄럽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한, 어른들의 눈을 또렷이 쳐다보며 행하는 스킨십 행태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개인주의다. 지하철을 타보면 앞쪽에 앉은 7명 중 평균 6명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주변인들과의 시선접촉은 적어지고 기계와의 시선접촉을 통해 그 속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불만, 외로움, 소통창구, 고립, 관심사 등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앉아서 행하는 것도 아쉬운지, 좀비처럼 걸으면서 만지작거려 다른 행인과의 충돌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4월까지 OECD회원국 중 청년실업 악화 속도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8.7%)과 비교해 2.5%포인트 높아졌다. 독일(6.8%), 일본(5.0%)과 비교해 한국의 청년층 실업률 상승 폭은 이들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0.9%p 크게 상승한 22.9%를 기록했다. 이는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상태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질 나쁜 일자리가 늘고 사회적 불만과 기득권층에 대한 반항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반항적인 기류는 공공장소에서 어른들이 있건 말건 사회를 비아냥거리듯 ‘묻지마스킨십’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청년들은 법의 기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더 과감한 스킨십(PDA: public display of affection)을 실행하고 있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변명이 대체로 그러하다. 특히 노상방뇨를 하던 사람들은 그런 말을 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노상방뇨나 식당에서의 흡연만이 공중도덕을 지키지 못하는 행위는 아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 수위를 정해 새로운 공중도덕 품목으로 올려야 할 때가 왔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이 도가 넘을 때가 많다. 이제는 합리적으로 판단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실업, 고령화, 저출산, 외교 등 굵직한 현안들이 즐비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매일 피부로 느끼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공공장소에서의 부적절한 행동일 것이다. 한국은 남을 배려해야만 하는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에게 철저히 시켜야만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