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초지능형 시대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인간에게 기회이자 위협요인이 된 4차 산업혁명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IT강국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다. 

 

▲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KBS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봇말려의 한 장면. 로봇과 공존하는 인류의 미래를 개그 소재로 삼았다. (출처: KBS2TV 개그콘서트 봇말려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IT·빅데이터 기반 4차산업혁명
초지능·초연결성·예측가능 시대
‘생각하는 힘’ 가진 자가 지배
과학자, 유토피아 건설에 초점

‘범용근로자’ 돼야 일자리 지켜
전문성으론 ‘로봇’과 경쟁 못해
창의력·의사소통력·협업능력도
주산·바둑 아날로그 교육 각광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심장이 없어~’ 에이트의 감미로운 노래를 배경으로 로봇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감정을 제거한 완전체 ‘진호봇’입니다. 주인님.” 이어서 주인이 청소며 설거지를 비롯해 시시콜콜한 집안일을 시킨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방영되는 KBS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봇말려’의 한 장면이다. 

비록 개그 소재지만 많은 이들은 이렇게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로봇이 어느 정도까지 인간의 노동과 잡무를 대신할지는 알 수 없지만 로봇으로 인해 각종 가사와 힘든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세상이 그저 꿈이 아니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야말로 누구나 한 번 쯤 꿈꿨을 유토피아, 낙원과 같은 삶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한 세상이 모두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2016년 3월 인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인간 바둑대표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었다. 대부분은 이세돌이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인공지능 알파고가 4대 1로 압승을 거뒀다. 지난 5월 승리를 확신했던 중국 커제 9단이 업그레이드된 알파고에게 완패하면서 지난해 이세돌의 1승은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이긴 유일한 1승으로 기록됐다. 

올해 커제 때보다 지난해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를 본 이들의 충격은 훨씬 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중 가장 복잡한 사고력을 요한다는 바둑에서 이겼다는 것은 인간이 미래에 기계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도 다가 왔기 때문이다. 또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4차산업혁명이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지식인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미래가 이처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로봇‧초지능형 세상에서 일하면서 안락함도 즐기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은 IT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인류는 로봇과 경쟁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위협요소가 된다. 그러나 각종 잡무와 노동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로봇을 뛰어넘는 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을 가진 자가 지배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뉴스천지)

◆초연결성·초지능성·예측가능성의 시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 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주창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클라우스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인간과 기계의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했다. 

18세기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19세기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서 2차 산업혁명이, 20세기 인터넷이 이끈 정보화와 자동화시스템으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사물 인터넷, ICT(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공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주춧돌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기초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예를 들면 요즘 흔히 쓰는 스마트 워치는 ‘밥은 무엇을 먹는지’ ‘잠을 얼마나 자는지’ 등 사람의 신체 활동 데이터를 축적한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특정한 패턴이 형성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물건들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련의 단계를 통해 생성된 빅데이터에 기초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 이런 데이터는 다른 기기들과 공유도 가능하다. 이런 4차 산업의 특징이 응축된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이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최근에 실용화 단계에 근접한 자율주행차는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이 미래 산업으로 키우는 분야다. 이 분야 선두권인 구글은 시험 주행을 330만㎞ 이상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약 10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0∼4레벨로 나눈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분류상 구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고 레벨인 ‘완전 자율주행(4단계)’ 기술을 갖고 있다.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국내 기술력은 3레벨인 ‘조건부 자동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로봇과 일자리 전쟁을 치르는 인류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독일의 카거만(Henning Kagermann) 박사가 만든 인더스트리4.0에 기초한다. 카거만 박사에 따르면 인더스트리4.0은 자동화의 새로운 단계로, 인공지능과 기계가 결합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제조과정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단순히 기계화 디지털화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기계 스스로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개발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로봇 스마트공장’의 결과로 필요한 노동력이 최대 1/50 수준으로 급감하자 선진국 기업들은 동남아 공장을 철수하고 자국으로 유턴하기 시작했다. 이미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는 지난 해 5월, 24년 만에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전량 아웃 소싱하던 운동화 생산라인을 2017년부터 중단하고 독일로 유턴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아디다스처럼 로봇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인더스트리 4.0’ 움직임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자리를 고민하는 문재인 정부가 ‘인더스트리 4.0’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우리나라 역시 독일처럼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고속도로 요금정산원, 증권가 애널리스트, 변호사들도 인공지능 컴퓨터에 상당부분 자리를 내주고 있으며, IBM 왓슨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암 진단 능력은 인간을 넘어선지 오래다. 거기에 로봇이 그린 그림이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 등 인간의 절대 영역으로 꼽히던 예술분야까지 로봇이 침범하면서 인간은 점점 로봇과 경쟁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 19세기 1차 산업혁명부터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을 정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생각하는 인간’이 지배… 아날로그의 귀환

전문가들은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력을 한마디로 ‘범용근로자’로 표현한다. 특정 업무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모든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근로자를 지칭한다. 또 업무의 연결성은 있다할 지라도 로봇을 넘는 창의성이 있어야만 로봇보다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은 4C로도 요약된다.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 창의력 (Creativity),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Skills), 협업능력(Collaboration)이다. 이런 능력을 배양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로봇만도 못한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교육가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역설적으로 주산, 바둑, 한자 등 아날로그 교육이 뜨고 있다. 아날로그 교육이 집중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 정신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이 2014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바둑은 학생들에게 통찰력과 직관적 판단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감성지수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2015년 순천향대와 가천의대 정신과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주산은 수학 능력과 판단력·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한자교육은 창의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인기다. 뜻글자인 한자를 쓰다보면 형상과 이미지를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해 창의력이 배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석학들의 답변 또한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지난달 24∼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7 서울포럼’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다니엘라 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장을 비롯한 각국 석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생각하는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년 창업가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역시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며 “생각하는 힘과 자율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이 변해야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고 앞서가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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