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급식 노동자 절반, 외과·한의원 환자”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 처우개선 촉구
29~30일 총파업… 대통령 면담 요청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A씨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17년째 조리원으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3시간 안에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밥을 해야 한다. 여름이 되면 급식실 체감온도는 60~70도가 된다. 그 곳에서 꼼짝 않고 3~4시간 튀김을 하거나 전을 부치는 날이면 구토가 나오고 심지어 쓰러진 적도 있었다.

A씨는 하루하루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버텨나갔다. 하지만 고강도 노동 속에 손가락이 퉁퉁 부어 주먹도 줘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 온 몸에는 멍이 들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았다고도 했다.

대형 국솥이나 튀김솥 위로 올라가 청소를 하는 날은 서커스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했다. 한 번은 국솥 위로 떨어져 허리를 다쳤지만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복대를 차고 출근하기도 했다.

A씨는 “온 몸을 바쳐 일했지만 비정규직의 현실은 입사했던 17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나아졌다고는 하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고 대부분의 급식 노동자들이 퇴근 후 정형외과와 한의원에서 월급의 절반을 사용해가며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9년간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해고됐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 언젠가는 좋은 처우가 있을 거라 믿고 일을 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월급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삭감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일도 쉽지 않았다. B씨는 분명 스포츠강사였지만 학교 행사 시 강당 청소에 책상, 의자 배열·정리, 학교 뒤편 쓰레기청소, 교장선생님 대리운전 등 체육수업과 무관한 업무도 많았다.

B씨는 “학교장 선발만 아니라면 부당하게 시키는 일은 부당하다며 한번쯤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교장선생님이 내년도 평가와 선발을 쥐고 있었다”며 “철저하게 슈퍼 ‘을’로 살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그렇게 9년 동안 희망고문을 참아가며 일을 했지만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스포츠강사가 될 수 없다며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장을 잃은 B씨는 억울한 마음에 법원에 소송도 냈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A씨나 B씨와 같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망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여전히 고용불안과 임금 등 처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에서는 교무실무사, 사서(행정)실무사, 교육복지사, 전문상담사 등 상시·지속적 업무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 전환 제외자가 발생하고 있다.

초단시간근무자는 9544명이었으며 고령자는 4902명에 달했다. 상시 지속적 업무에 1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 전환대상자 중 실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비율은 41.6%에 불과했다. 신규채용 시에도 무기계약 채용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은 14.7%에 그쳤다.

지난 2016년 무기계약 전환 제외자는 1만 6359명으로 전체 학교회계직원 14만 1173명의 11.2%를 차지했다. 이들은 초등돌봄 전담사, 통학차량보조원, 시설관리직 등 만 55세 이상 고령자, 배식원 등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근무자로 모두 무기계약직에서 제외됐다.

무기계약직이 돼도 임금에서는 정규직과 차별이 존재했다.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60%로 임금차별에 개선이 없고 근속이 쌓일수록 임금격차는 심화됐다. 공공부문 타 기관(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의 무기계약직과 비교해도 약 74% 수준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식대, 상여금, 복지포인트 등 차별 금지)에 학교비정규직은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학교비정규직은 급식비, 명절휴가비, 상여금 등이 정규직의 40% 수준이다. 직급보조비나 특수업무수당, 정근수당 등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비정규직 감옥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의 약 40%를 차지하는 학교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직도 고용불안과 낮은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14년 경기교육연구원이 학교근무 무기계약직 3937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5%가 자신의 직무가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의 56.1%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기간제신분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며 “무 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진짜 정규직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고혜경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도 속 빈 강정과 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근속수당 5만원으로 인상’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등을 촉구하고자 오는 29일과 30일 총파업에 들어가고자 한다”며 “교육부와 정부는 그 전까지 답을 주길 바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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