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지·장세일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영지·장세일 2인전 ‘선물:The Nature’전
“회화·조각, 각각 다른 언어로 메시지 전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자연과 동물은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서로가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고마움보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많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존재인 자연과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이영지, 장세일 작가의 ‘선물:The Nature’전이 이달 말까지 서울 용산구 카라스갤러리에서 열린다.

회화와 조각,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은 이영지, 장세일 두 작가의 작품은 한 자리에서 만나 관람자를 신선한 예술세계로 이끈다. 카라스갤러리는 “자연, 동물에 나 자신을 대입해 그들이 살아가는 현대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며 전시를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며 “또한 회화와 조각 전시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언어를 가진 작품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사회에, 인간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카라스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두 작가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영지 작가가 작품 ‘영원히 난 너여서 그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작품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영지: 작품 속 나무는 저 자신이다. 아무런 제한 없이 점에서 선, 선에서 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말 인간은 보잘것없다는 생각에서 그리다 보니 한그루의 나무가 되더라. 그래서 사실적인 나무가 아니라 많은 잎에 비해 가지가 가늘다. 특정한 나무를 그린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는데 노력하니 한그루의 나무가 되듯이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처음에는 보잘것없지만 나무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세일: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해 많이 보는 편이었다. 생태계의 변화를 잘 몰랐는데 관심이 생겼다. 동물을 좋아해 동물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동물들의 진화과정을 보면서 환경에 맞춰서 변화되는 동물도 있다고 생각됐다. 도시에 있는 빌딩과 자동차들 사이에서 어울려 살면 외관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상상했다. 벽 아래 칠해보기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작품이 나왔다.

작품의 피사체는 가만히 있다. 자동차들 전시된 차들처럼 정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역동적인 작품을 보여드리고자 노력 중이다.

▲ 이영지 작가의 ‘믿나요’.ⓒ천지일보(뉴스천지)

-각각 시리즈(나무와 새, standard animal)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가.

이영지: 힘들고 외로웠던 때가 있다. 그 시기가 지나서 안정되니 이야기를 작품화하고 싶더라. 그래서 새를 의인화시켰다.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 새에 투영시켜 이야기한다. 그게 제 이야기일 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수 있다.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좀 쉽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분명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놨다. 정답이 있는 그림이 아니다. 새들의 표정이 없다. 새가 즐거운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점이 재밌더라.

장세일: 처음엔 보호색으로 위장하는 곤충을 만들었다. 그러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모습이 학교, 군대, 집안 등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 관계와 흡사해 보였다. 규격화된 제도에서 사는 나와 도시에 따라 변화된 동물을 투영시켰다. 박스가 보관하기 편리하기에 네모모양으로 규격화된 것처럼 동물을 규격화하면 키우기 쉬울 것 같았다.

▲ 장세일 작가가 작품 ‘닥스훈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가.

이영지: 한지를 겹친 종이인 장지에 아교포수(아교를 먼저 발라 단청안료가 잘 먹도록 하는 것)한다. 그림을 올리기 위해선 막을 형성해야 내가 원하는 색이 올라온다. 그걸 하는 방법이 아교포수다. 아교를 녹여서 가루 물감을 붙여서 사용한다. 2~3일 지나면 인공적인 게 들어가지 않으니 아교를 또 만들어야 한다. 종이니까 방충, 방습, 멸균처리 밑 작업한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작업한다. 오래된 회벽 느낌을 내기 위해 바탕을 먹선으로 처리하고 그다음에 먹선 잎이 하나씩 그려 넣는다.

장세일: 면이 확실히 꺾이지 않으면 있는 듯, 없는 듯해서 게 느낌이 안 난다. 고민하다가 간격을 띄워서 더 입체적으로 작업했다. 먼저 그림 스케치한 다음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서 프린트 후 종이로 모형을 만들어 괜찮은지 본다. 재단하면 조각들이 엄청 많다. 일단 쏟아서 하나하나 퍼즐처럼 이젤에 걸어둔다. 이때부터 감성은 없다. 감성은 처음과 마지막에만 작용하고, 중간에는 기술과 노동력만 존재한다. 퍼즐이 남으면 괜찮은데 모자라면 곤란하다(웃음).

색은 주변 환경을 위장해 사는 동물을 생각한다. 지나가다가 자동차 색을 보고 그곳에 위장한 동물을 상상한다. 이후 해당 색을 작품에 쓰려고 페인트를 알아보고 작업할 때 어울리겠다 싶으면 써본다.

▲ 장세일 작가의 ‘닥스훈트’.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중들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이영지: 결국 원하는 것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저는 제 그림을 하면서 저한테 많이 힐링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저도 처음에는 건방지게 감히 그런 생각을 했다(웃음).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정말 일부분이었다. 오히려 제가 힐링을 얻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행복해하고, 감동 받아 울기도 한다. 그런 얘기를 들은 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작업실 가서 제가 밤샘작업을 하고 있더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행복해서 하고 있더라.

장세일: 처음에는 제가 좋아서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리조트 같은 곳에 설치되고, 벤치 형식으로 만든 작품은 개인전할 때 (관람객) 사가셨다. 어찌 보면 단순할 수도 있고, 낯설 수도 있는데 좋아해 주시니 감사하다. 친근한 동물들이 반복되는 일상과 답답한 사회 안에서 사는 대중들에게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보람차다.

다큐멘터리를 보니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과학자가 나오더라. 그 과학자처럼 자연과 어울리는 작품을 시도해볼까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