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루’ 김명민. (제공: CGV아트하우스)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김명민·변요한의 사투 영화 ‘하루’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고 발생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고, 다시 사고가 반복된다. 어떻게든 구하려 애써보지만 반복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뿐이다. 영화 ‘하루(조선호 감독)’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으로 돌아가길 반복하는 남자 ‘준영(김명민 분)’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 분)’과 만나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타임루프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 주인공 김명민을 만나 영화 ‘하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김명민은 무슨 역할을 맡든지 마치 자신인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랬다. 딸 ‘은정(조은형 분)’의 죽음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으로 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사투를 벌인다.

실제 촬영도 타임루프에 갇힌 것 같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김명민은 “우리가 타임루프에 갇히는 것 같았다. 오늘 무슨 신이냐고 물으면 전날과 같이 ‘여기서 달려오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똑같은 걸 매우 반복했다”며 “현실인지, 영화촬영인지 착각이 들 정도여서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그 안에서 분위기는 좋았다. 고통을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 영화 ‘하루’ 김명민. (제공: CGV아트하우스)

사실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뤄왔기에 물린다는 편견이 있다. 김명민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시나리오 읽을 때 재밌는데 이걸 영화로 어떻게 구현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잘못하면 싫증날 수 있어서 기존의 영화와 특화된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명민은 “운명의 굴레 안에서 과거 벌어진 일들의 당사자들이 서로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된다”며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사람이 이기적으로 변하면 그게 남에게 피해를 준다. 누구나 그렇지 않느냐. 쉽게 얘기하면 ‘죄짓고 살지 말자’이지만 단순하게 치부하기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 선과 악은 없다. 필연성밖에 없다. 누구 하나 미워할 사람이 없다. 철학적인 부분도 내포돼 있지만 판타지로 풀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싫어 지키려고 하는 이야기다”고 덧붙였다.

대중들은 김명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때문에 ‘연기 본좌’가 나오는 영화는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연기 본좌’ 라는 단어가 나오자 김명민은 손사래를 쳤다. 여느 배우가 하는 겸손의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 영화 ‘하루’ 김명민. (제공: CGV아트하우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정말 힘들어요. 쉽게 던진 말이 저한테는 큰 비수가 되는지 모를 거예요. 선배님들이 ‘본좌가 무슨 뜻이야?’ ‘왜 너한테 본좌라고 해?’ 라고 물으세요. 제가 거기서 어떻게 설명을 합니까.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이해되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한 김명민에게 정말 무거운 수식어다. 김명민은 “일단 되게 족쇄 같은 말이다. 그것도 타임루프 같다. 벗어나려고 하는데도 안 벗어지는 것 같다”며 “제작보고회 때 ‘미쳐버리겠다’ ‘돌아버리겠다’ 말씀드린 게 제 솔직한 심정이다. 선배 형들도 너무 연기 잘하고 하니 그분들한테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심할 정도로 엄격하다. 자신의 연기 점수를 평균 70점으로 매겼다.

김명민은 “저는 제가 하는 연기가 부족하고 너무 맘에 안 든다. 그것 때문에 제가 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 같다”며 “제 연기를 보면서 감탄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지금도 제가 나온 작품을 타인과 같이 볼 때 민망하다. 그런 장면이 나올 때 혼자 화장실 갔다가 온다. 익숙해졌는데도 혼자 모니터한다”고 전했다.

“저 스스로 저를 인정하는 게 싫어요. 남한테 인정받는 것은 격려 차원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데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은 못 참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나 자신을 미워하진 않아요. 나 자신을 사랑하나 제 자신한테 관대한 게 너무 싫어요. 진짜 성공한 대단한 분들은 보면 남한테 되게 관대하고 자기 자신한테는 냉정하잖아요. 보통 남을 원망하고 남 탓하고 그런 분들 보면 자기 자신한테 관대하죠. 자기 자신의 실수를 못 보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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