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둘레길 19구간 방학동길 산행하는 등산객.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도봉구 ‘무수골’과 북한산 둘레길(방학동길)

푸르름 더해가는 6월의 자연
일상 떠나 홀로 사색에 잠겨

500년 역사 보존한 무수골
주변 ‘도봉산 절경’에 반해

‘울창한 숲길’ 방학동길 산책
감탄사 연속 ‘쌍둥이전망대’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사람은 누구나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경치를 느끼며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에 찌들어 지낼 때마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6월의 자연은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서울에서 멀리 갈 수 없다면 무수골과 북한산 둘레길 19구간(방학동길)을 찾는 것은 어떨까. 무수골은 서울역에서 불과 1시간이 채 안 돼 부담 없이 와서 마음껏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도봉역에서 내린 후 도봉8번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종점에 내리면 무수골에 도착한다.

▲ 무수골의 유래.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수골은 도봉산 국립공원 안에 있어 기적적으로 개발을 피한 자연마을이다. 300~500년 이상 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다. 무수골이란 이름은 1477년(성종 8년) 세종대왕의 17번째 아들인 영해군의 묘가 조성되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500년이 넘은 전주이씨 마을과 안동김씨 마을이 조성돼 있다.

무수골의 도봉초등학교 근처 골목에 그려진 벽화는 이 마을의 볼거리 중 하나다. 주위에 시원하게 펼쳐진 도봉산의 절경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보며 계곡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니 전봇대에 무수골 주말농장이라고 적힌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번호가 매겨진 텃밭에는 각종 싱싱한 채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무수골 마을의 벽화.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말농장을 지나서 세일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북한산 둘레길 19구간 방학동길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방학길로 접어들면 울창한 숲 그늘이 드리워져서 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특별히 방학동길은 전 구간이 숲길로만 이어져서 한여름에도 어디서나 그늘을 즐기며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방학동이라는 이름은 곡식을 찧는 기구인 방아가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 ‘방아골(굴)’에서 유래했다. 한자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음이 비슷한 방학리(放鶴里)로 고쳐지면서 지금의 방학동이 됐다고 한다.

▲ 쌍둥이전망대. ⓒ천지일보(뉴스천지)

숲길을 10분 이상 오르다 보면 북한산 둘레길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쌍둥이전망대가 나온다. 대부분 구간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구간이다. 쌍둥이전망대로 오르는 곳만 한차례 오름 구간이 있을 뿐이다. 쌍둥이전망대는 두 개의 기둥을 연결한 특이한 생김새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면 도봉산의 수려한 산세는 물론 도심 방향으로 방학동과 쌍문동의 아파트 단지 등 도봉구와 노원구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맑은 하늘에 수놓은 다양한 형태의 구름, 도봉산의 뛰어난 절경은 지켜보는 이들이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쌍둥이전망대에 올라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쌍둥이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봉산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방학 능선을 따라 왕실묘역길 방향으로 약 1.1㎞를 내려오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나고 갈증이 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그런 기쁨을 곧바로 누릴 수 있다. 바로 바가지약수터다. 약수로 목을 축인 뒤 잠시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숲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휴식을 마치고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니 곧 전형적인 북한산 둘레길 숲길이 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여기서부터는 왕실묘역길입니다’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북한산 둘레길 19구간 방학동길이 여기서 끝나고 20구간 왕실묘역길이 시작된 것이다. 무수골에서 이곳까지의 거리가 3.1㎞이다. 왕실묘역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50m 정도 대로변으로 이동하면 정의공주묘가 모습을 드러낸다.

▲ 정의공주묘.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곳에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와 사위인 양효공 안맹담이 합장됐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큰 공을 세웠다는 기록이 정의공주가 시집간 죽산 안씨 문중 족보에 남아있다. 특히 총명하고 민첩해 세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으며, 출가 후에도 공주 슬하 네 아들의 이름까지 세종이 손수 지어줄 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 방학동 은행나무. ⓒ천지일보(뉴스천지)

도로변을 건너면 조선 제10대 임금인 연산군과 왕비인 거창군 부인 신씨 등이 안장된 연산군 묘역이 나온다. 연산군 묘역 주변에는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연산군묘 근처에는 수령이 약 550년 된 방학동 은행나무가 있다. 나무의 높이가 25m, 둘레는 10.7m로 너무 거대해서 핸드폰 카메라를 세로로 놓고 찍었음에도 다 넣을 수 없을 정도다. 나무의 웅장함이 탄성을 자아낸다. 1968년 나무 형태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됐다.

자연을 벗 삼아 복잡한 상념을 벗고 힐링을 누리고 싶다면 자연마을 무수골을 지나서 북한산 둘레길 19구간인 방학동길 숲길을 거닐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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