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열린 ‘최저임금 만원 실현 6.17 걷기대회 만원:런’ 행사에 참가한 ‘만원 스토리 공모전’ 수상자들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만원 스토리 공모전’서 쏟아진 청년 노동자들의 소감
“더 이상 ‘엔(N)포’ 할 수 없어… 삼시 세끼 밥먹을 것”
“1만원, 더 나은 세상 위해 시간 투자할 수 있다”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30도가 훌쩍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17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해 도심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청년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최저임금 만원 실현 6.17 걷기대회 만원:런’ 행사가 이날 오후 열린 가운데 종착점인 한강공원에서 ‘만원 스토리 공모전’에 수상한 청년들이 “임금 1만원 시대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이 이날 걷기행사 종료와 함께 연 문화제 행사에서 공모전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사연을 소개했다.

22살 김예진씨는 대기업 빵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한 손님이 두 개의 케이크 중 더 맛있는 것을 골라 달라고 해서 교육받은 대로 설명했지만, 손님이 ‘그런 거 말고 직접 먹어본 맛을 말하라’면서 ‘왜 알바생이 그런 것도 말 못 해주냐’고 화를 냈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케이크는 아무리 싸도 1만 5000원에서 3만원이다”며 “저는 그때 4천원 가량 시급을 받았었는데 그 돈으로는 차마 케이크 하나를 맛보기 힘든 현실이었다.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앞으로 재벌들이 쌓아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 환수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종진씨는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게 생기면서,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여기 오신 분들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주제를 갖고 이 자리에 오신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저희 소위 청년세대를 일컬어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엔(N)포세대’라 하는데, 저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가와 주말 포기하고 계속 일하면서 학교를 계속 다녔었다”며 “내가 이렇게 하나씩 포기하면 결국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 그럼에도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존경하는 선생님도 생기고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게 생겼다”며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총 565명의 응모자 중 대상을 차지한 장희도씨는 “텔레마케팅 하다가 자살한 여고생을 기억하는가” 면서 “텔레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제공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욕을 먹는 직업이다. 과연 최저임금이 1만원이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씨는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됐으면 한다. 우리가 생존권을 지킬 수 있으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짧은 글 응모글에서 ‘핵방귀’라고 밝힌 한 청년 노동자의 글도 소개됐다.

그는 “안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매일 ‘핵방귀’를 꼈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서, 삼시세끼 밥으로 먹고 ‘꽃방귀’를 끼겠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시작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주장하며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행진했다.

앞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누려야 할 정당한 임금을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우리의 두 발로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해 걷는다”고 행사를 취지를 밝혔다.

내년 2018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