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민주적인 절차로 탄핵 후 선출된 정권
美 압박에 흔들리지 않을 文의지 반영
법적 절차 못 어겨… “신도 규정 지켜야”
北핵·미사일 중단, 한미 합동훈련 줄일 것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별보좌관이 16일(현지시간) 한미 군사동맹의 무게감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법적 절차 준수를 요구했다. 우리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의한 외교적 간섭의 여지를 차단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명 촛불민심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어진 국민 투표로 선출된 정권인 만큼 대의적인 측면에서도 민주절차에 따르는 선진 민주국가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사드 배치비용 압박 등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이날 방미 일정 중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문제로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법을 건너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아마도 법적 절차를 더욱 신속히 진행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경영향평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에 걸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측정해야 한다. 신(神)조차도 그 규정을 건너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에 받은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빠뜨린 것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에 환경영향평가 이후 사드를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 특보의 한미동맹 강조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사드가 동맹의 전부가 아니며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미군의 파병 여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동맹이 가볍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이전 정권과 달리 급작스럽게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진행한 것과 전면 달라질 것을 예고하며, 환경영향평가로 유예된 1년의 시간 동안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외교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체계로 들이는 사드의 배치 합의 자체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유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문 특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 시 주한미군의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등에서 어긋나는 방침이지만, 북한과 어떤 소통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강수로 읽힌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건 이후 미국이 더욱 적대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방침이 최근 북한의 무인정찰기로 영공이 뚫렸다는 야당과 국내 여론의 지적에 불을 붙여 안보 불감증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