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도 기증자료전 ‘공유의 미덕美德’.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립민속박물관 ‘2017년도 기증자료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경희궁 회상전 사진’은 1930년대에 화재로 소실된 회상전의 구한말 모습을 담고 있는 희귀본이다. 이 사진은 대한제국 말기 활동했던 선교사 아서 G. 웰본의 손녀이자, 1946~1947년 한국에서 미군정청 통역관으로 재직했던 헨리 G. 웰본의 딸인 프리실라 웰번 에비(Pricilla Welbon Ewy)씨가 기증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3차례에 걸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친할아버지와 함께 선교사 생활을 했던 친할머니 새디 웰본의 소장품을 기증한 바 있다.

승경도(陞卿圖) 놀이는 주사위를 던져 종이 말판 위에서 누가 가장 먼저 높은 관직에 올라 퇴관(退官)하는가를 겨루는 놀이다. 조선 시대 전반에 걸쳐 크게 유행했던 이 놀이는 과거제도의 폐지와 관직체계의 재편으로 놀이 내용의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졌다.

▲ 오현근 기증 ‘승경도 놀이판’.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오현근씨는 고조부 때부터 전해진 ‘승경도 놀이판’을 기증했다. 한학자였던 고조부와 교육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 형제들과 함께 천자문을 외우고 승경도 놀이를 했던 오씨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김동민씨가 기증한 ‘포창완의문(襃彰完議文)’을 기증했다. 포창완의문은 지방 유림들로부터 효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추천받아 전국 8도의 선비들이 심사해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내리는 문서다. 조선 말기 궁내부 주사를 지낸 증조부가 부친이 병을 앓자 손가락을 베어 효행하고 돌아가신 후에도 3년간 시묘(侍墓)함으로 받은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2016년 한 해 동안 기증받은 대표작을 소개한다.

‘기억의 공감共感, 2017년도 기증자료전’이 지난 14일부터 2018년 6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상설전시3관 기증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경희궁 회상전 사진(프리실라 웰번 에비 기증)’ ‘승경도(陞卿圖) 놀이판(오현근 기증)’ ‘포창완의문(襃彰完議文)(김동민 기증)’ ‘콩고 수호신상(임미정 기증)’ 등 2016년 대표 기증자료 60여점이 전시된다.

▲ 김동민 기증 ‘포창완의문’.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기억의 공감共感’전은 ‘기증’이라는 뜻 깊은 선택을 기념하고,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자료를 공유함으로, 후세에 생생한 역사로 남기기 위해 1964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총 1090명이 4만 6466점의 자료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이는 박물관이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표 생활사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수증은 시대나 특정 품목을 국한하지 않고, 자료에 담긴 개인의 기억과 자료가 사용되었던 맥락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박물관은 개인의 삶의 흔적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한층 친근하게 다가서기를 희망하고, 이러한 소장품이 훗날 당시의 생활문화를 상세하게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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