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15일 “지금 청문 방식이면 장관 하려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 된다”며 “5대 기준 중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기준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취지만 본다면 김진표 위원장의 지적이 옳다. 사실 말이 인사청문이지 정말 중요한 자질검증과 정책비전은 뒤로 밀려나고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같은 주변부적 도덕성 논란이 청문회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십수년 전 글이나 발언 내용까지 적절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런 청문회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지켜보는 국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귀한 시간을 더 이상 이렇게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과거의 부적절한 언행 등을 아무런 일도 없듯이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법률위반이며 중대한 도덕적 흠결일 수도 있기에 대충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면 인사청문회의 본 취지를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에 각 사안별로 구체적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합당하다면 자질검증과 정책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물론 세부 기준에 맞지 않다면 애초부터 후보자로 낙점해서도 안 된다. 인사청문회가 발전된 미국의 사례는 우리가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진표 위원장의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김진표 위원장의 접근 방식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의 검증 기준을 왜 국정기획자문위가 총대를 메려고 하는가. 국정기획자문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선택, 결정하고 구체적 추진 로드맵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국정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많고 또 높은가. 특히 지금은 국정개혁 성공을 위해 꼼꼼한 기획과 세부적인 로드맵이 정말로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그럼에도 인사청문회의 검증기준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그 취지와는 다르게 설득력이 약하다.

설사 국정기획자문위가 어떤 방안을 내본들 그것을 여야 정치권이 그대로 수용하겠는가. 실제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로 청문보고서를 작성하는 곳은 국회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의 구체적 기준은 당연히 국회 차원의 논의로 넘겨야 한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정기획자문위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5대 기준 가운데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문제만 구체적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인가.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문제는 이대로 두겠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면 이 또한 소모적 논쟁이 재연될 것은 뻔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고민 없이 일부만, 그것도 국정기획자문위가 앞장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빨리 여야 협상테이블로 넘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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