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북한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이 VX라는 생화학물질에 의해 살해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천인공노할 북한당국의 기획된 테러 앞에 시신마저 가져가버린 상황을 치를 떨며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필자는 김정남과 이한영이라는 이종사촌들의 죽음 앞에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글을 썼던 적이 있었으며, 남아있는 가족들의 아픔에 작으나마 위로가 되기를 기도했고, 그 가족들의 고통에 동참하기를 호소했었다. 

얼마전부터 한 일본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의 입을 빌어 언급되는 낭설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테러의 주범인 북한당국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언론의 자유를 핑계 삼아 일본 언론이 이를 대신해주고 있음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나서서 항변할 가족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검증되지도 않은 저급한 보도를 남발하는 데도 실로 놀랍다.

일본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은 대충 이렇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당했을 당시 현금 12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를 소지하고 있었고,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김정남이 자국 내에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검정 가방에서 발견된 100달러 지폐들은 거의 신권으로 300장씩 묶인 4개의 다발 형태였다는 것이다. 현지 수사기관 간부에 따르면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서 체류하던 8일 중 5일간 북부 휴양지 랑카위에 머물렀고, 2월 9일 이곳에서 미국인 남성과 2시간에 걸쳐 만났으며,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 남성이 미국 CIA 요원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때 정보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결론이다.

필자는 김정남 사망당시 소속된 단체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었는데, 그것은 이번 테러는 북한의 소행이며 김정남의 말레이 행적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고 아울러 시신은 결코 북한으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행적이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정확히 대기하고 있었던 북한공작원들과 고용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신속히 처리하고 공작원들은 3개국을 돌고 돌아 평양으로 귀환했다. 다시 말해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행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먼저 말레이시아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외교적 상황에서도 가장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대사관을 비롯한 공작기관의 활동이 동남아에서는 가장 강력한 지역이기에 말레이에 있는 북한관계자 외 주요한국인들조차 이들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지역에서 미국 CIA를 만나 정보를 주고 대가를 받는다?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김정남이 소지했다고 하는 자금과 관련해서 필자는 이런 자금은 애당초 없었다고 확신하지만, 어쨌든 언론의 보도에 기초한다고 할 때, 김정남과 이종사촌이었던 이한영씨 자서전을 보면 자기들은 항상 달러뭉치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고 다닌 것이 너무나 익숙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일 아들의 가방에서 달러뭉치가 나왔다고 그것을 정보제공 대가로 다른 나라도 아닌 북한과는 철천지원수의 나라인 미국의 CIA 자금으로 몰아가는 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는 북한 김정은 세력이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주체조선의 명예를 더럽힌 김정남은 죽여도 좋으며, 죽을 짓을 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외국 언론을 빌어 퍼뜨리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소위 일본의 메이저 언론이 놀아나고 있는 꼴은, 고인이 된 김정남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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