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흔히 ‘역사를 공부하라’고 한다.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역사는 삶의 교사”라 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 하여 자치통감, 동국통감 등 감(鑑, 거울 감)으로 끝나는 제목의 역사서도 있다.

역사를 통해서 과거 사람들을 이해하고 최종적으로 ‘나’를 이해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의 역사는 배우라면서 왜 자기 가족, 자기 가문(家門)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자기 가문의 역사는 잘 알겠거니 여겼을까.

나는 주말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년째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많은 전시물 가운데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가계도 앞에서 늘 관람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성씨 시조(始祖)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본관(本貫)이 어디인지, 파 시조(派 始祖)는 누구인지, 시조로부터 몇 세손(世孫)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물며 외가쪽 성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드물었다.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심했다. 

그래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가문에 대한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의 성씨는? ▲나의 본관(本貫)은? ▲시조 할아버지는? ▲분파(分派)는? ▲나는 시조 할아버지로부터 몇 세손(世孫)? ▲성씨의 주요 인물은? ▲아울러 나의 어머니 성씨(외가 쪽)도 마찬가지로 꼭 알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왜냐하면 아버지 가문의 내력과 어머니 가문의 내력이 나의 역사이고 나의 아들딸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나의 역사가 자랑스럽다면 나라의 역사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문의 역사도 모르는데 무슨 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가문의 역사가 가장 잘 기록돼 있는 것이 족보다. 우리나라는 가문마다 족보를 보관하는 세계최고의 보학 종주국이다. 전쟁 중에도 가문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휴대용 족보를 지니고 다녔는가하면 족보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왔다. 

80~90년대에 ‘뿌리찾기 교육’이 강조된 적도 있었다. ‘족보 알기’ ‘조상 알기’ ‘시조의 이름과 가문을 빛낸 인물’ ‘친·외가의 조부모 성함 알기’ ‘부모님 성함 한자로 쓸 줄 알기’ 등 뿌리 교육이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심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은 우수한 혈통을 가진 개와 소, 말도 종복원을 위해서 족보를 만드는 시대다.

우리는 잠시나마 먹고 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일이라는 핑계로 조상들이 어렵게 가꾸고 지켜온 전통과 고유의 가치를 외면해 왔다.

이제부터 교육의 기조나 정책이 뿌리교육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역사교육, 효교육, 예절교육, 인성교육 등은 기초적인 인간교육이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역사학자 단재 신채호는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하라”고 말했다.

내 가문과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면 한민족의 미래는 밝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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