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집값이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폭등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 때 학습된 결과라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 해에 집값이 14%나 폭등했다. 이후 집값 잡겠다고 내어 놓은 이런 저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잠시 주춤하다 또 올랐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 정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금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세입자들은 밤잠을 못 잔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전세도 오르고 월세도 오를 것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극빈층과 저소득층의 보금자리인 달동네가 재개발 또는 주거재생으로 사라진다. 사람 재생, 커뮤니티와 마을 재생이 아니라 주거공간을 재생하는 게 문제다. 공동체 삶터의 재생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하겠다는 거다.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생각하는 ‘재생’이어야 하는데 세입자, 그중에서도 제일 가난한 사람들의 삶터를 없애면서 주거재생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주거재생이라는 말을 쓰려면 세입자도 가장 가난한 사람도 재생의 대열에 참여하고 재생의 결과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더욱 더 어려운 사람들이 주거 대책 없이 내쫓김 당하게 하지 말고 인근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거나 기존에 살던 곳에 짓게 될 공공임대주택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주거재생 사업은 또 다른 재개발 사업에 다름 아니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함께 살자”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주거재생(도시재생)이 기존의 주거재생이나 재개발과 다른 것이라면 가장 힘들게 사는 세입자와 홈리스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대안적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주거 프로그램으로 발전돼야 한다.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 세입자 빼고’ 말하는 개념이 돼 버렸다. 형식상으로는 상가세입자를 포함시키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도 배제당하고 있다. 

극빈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량의 공공임대주택이 있어야 한다. 흔히들 OECD 평균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1.5%가 OECD 평균이라고 하더니 요즘은 8%란다. 8%건 11.5%건 OECD 평균을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의 적정 규모로 보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부적절하다. 첫째, OECD 평균은 1%의 미국, 5%의 한국, 6%의 일본을 포함시켜 평균을 낸 거라서 평균이 대폭 낮아졌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신자유주의 국가다. 둘째, 자가 거주율이 높은 아일랜드, 스페인 같은 나라도 포함된 문제가 있다. 

자가거주율이 높다는 건 세입자 비율이 적다는 걸 의미한다. 헝가리 같은 경우 자가율이 93%이고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비율이 3%로 같다. 공공임대 비율이 3% 밖에 안되지만 세입자 가운데 절반이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것이다. 한국과 매우 흡사한 세입자 비율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7%다. 한국이 프랑스와 같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려면 앞으로 250만호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공공임대주택 13만호를 매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전의 다른 정부와 달리 ‘장기공공임대’라고 못 박은 건 적극적인 의미가 있지만 이 수치는 너무 적다.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이 너무나 적어서 세입자들이 고통 받아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리고 세입자들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고 그 요구가 점점 더 커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앞으로 5년 동안은 매년 20~30만호씩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공공주택을 적정 수준으로 늘이기 위해서는 집값의 거품을 빼야 한다. 절대로 집값이 올라서는 안된다. ‘집 투기’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집 투기를 뿌리 뽑고 집을 보금자리이자 삶의 터전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 집 투기 방지를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긴급 조치로 거론 되는 방안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제한,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종료, 선분양제 도입, LTV·DTI 강화, DRS 도입, 분양가 상한제 부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보유세 강화 등이다.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이들 조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걸로 끝내서는 안된다. 이걸로 끝내면 투기 발생, 규제 강화, 투기 진정, 규제 완화, 투기 재발, 규제 강화가 무한 반복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세입자들과 홈리스들은 죽어난다. 규제가 강화됐다고 해서 반드시 이들의 삶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규제가 강화될 때 더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집값 급등의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 사고파는 대상이고 돈 되는 재산이자 재테크의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집은 보금자리이다. 집이 금융자본과 건설자본의 탐욕을 채워주는 통로가 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주거권이 보장되면 더 이상 집은 투기의 수단이 될 수도 없고 일확천금을 가져다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도 없다. 주거권 보장의 핵심은 세입자에게 계속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상한제도와 공정임대료제도를 도입하고 강제 퇴거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을 적정 수준으로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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