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송아지 경배, 니콜라 푸생, Oil on canvas, 1634, 153.4×211.8㎝.

임준택 관광영어통역안내사/목사 

 

니콜라 푸생은 로마에서 유학했고 라파엘로를 동경했던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주로 성경에 관련된 고전적인 주제와 인물들을 그렸는데 이 그림은 출애굽 후에 시내산에 정착했을 때 아론을 중심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 경배하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 중앙에는 ①금송아지를 올려놓은 단이 있는데 그 주위 장식이 마치 파티장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모습이고 사람들은 뛰놀고 춤추며 금송아지를 경배하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출애굽 한 백성들은 약 2달 동안 10가지 재앙의 사건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확신했으며, 홍해바다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실감했으며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으면서 매일 하나님을 체험했다. 그런데 모세가 시내산에 십계명을 받으러 간 사이 백성들은 이미 마음이 하나님에게서 돌아섰고 모세 대신 치리를 담당했던 제사장 아론을 부추겨서 힘들고 두려운 그들의 마음을 의지할 보이는 신을 만들게 했고 아론은 그 일에 부역자가 된 것이다. ②아론은 마치 사람들을 불러서 금송아지에게 경배하라고 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③그때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간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이 새겨진 두 돌 판을 가지고 백성들을 만나러 오는데 그 옆에는 나중에 후계자가 될 여호수아가 있고 모세의 손은 십계의 두 돌 판을 하늘높이 쳐들고 내리치려고하고 있다. 모세가 가지고 온 것은 하나님께서 손수 깎아서 친수로 쓰신 돌 판인데 모세는 아론과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기고 다른 신 우상을 섬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깨뜨려버렸다. 지금까지 지켜온 약속들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모세와 아론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사실 아론이 그 사건을 나서서 주도한 것은 아니었고 백성들이 지도자 모세가 보이지 않으므로 아론에게 반강제적으로 우상을 만들도록 몰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문제는 왜 금송아지 형상을 만들었을까? 이집트에서 400년간 종살이 하면서 보아왔던 주인의 나라 이집트의 태양신이 ‘레’ 혹은 ‘라’이다. 그 태양신이 짐승으로 변화되어 나타나는 화신이 황소인데 출애굽을 주관한 신이 여호와 하나님이 아니라 이집트의 신인 ‘레’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신을 원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상이다. 하나님께서는 보이지 아니하시지만 지금까지 주관해 오셨고 기적을 베푸셨다 할지라도 사람들에게는 매일 볼 수 있는 형상을 갖춘 신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400년 동안 보이지 않는 하나님 대신 잘 살고 있던 주인의 나라 이집트의 신이요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신 ‘레’를 더 의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모세의 손에 들린 십계명의 돌 판과 크고 가깝고 화려하게 느껴지는 금송아지 형상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은 보이지 않지만 항상 계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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