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대안공간 눈 갤러리에서 청룡초등학교의 전통미술부 ‘김홍도반’ 학생들의 한국화, 공예, 도자기, 판화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4일 오후 청룡초등학교 전교생이 갤러리를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혜신 지도교사. ⓒ천지일보(뉴스천지)

 

▲ 청룡초등학교의 전통미술부 ‘김홍도반’ 학생들이 수원 대안공간 눈 갤러리에서 한국화, 공예, 도자기, 판화 등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바람’나는 청룡초교 방과 후 전통미술반

[뉴스천지=장요한 기자] “김홍도 할아버지의 ‘서당도’를 우산 위에 그렸어요. 무서운 훈장님에게 꾸중을 듣고 울고 있는 아이와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이 꼭 우리와 같아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에 푹 빠져 컴퓨터 게임보다 수묵화 그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꼬마 김홍도’ 15명이 9일까지 수원 대안공간 눈 갤러리에서 그동안 땀 흘려 만든 한국화, 공예, 도자기, 판화 등 작품 60점을 선보인다.

주인공들은 한때 폐교 위기를 맞기도 했던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청룡초등학교(교장 정난제)의 4~6학년생이다. 보통 아이들이 ‘피카소’ ‘고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서양화가에 익숙한 반면 청룡초교 아이들은 ‘김홍도’ ‘신사임당’ ‘신윤복’ 등 한국의 화가와 작품에 친숙하다.

농촌의 작은 학교 아이들이 이렇게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전통미술반 ‘신사임당반’을 운영하면서부터다.

김혜신 지도교사는 “시골학교라 농촌의 자연풍경과 산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용주사·봉림사·융릉·건릉·수원산성 등과 같이 전통문화재도 가까이 있어 전통미술반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청룡초교는 2008년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 살리기’ 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된 뒤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통미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화성 나들이전’을 통해 전교생 67명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기초반인 ‘신사임당반’에서 선발된 4~6학년 학생들은 심화반인 ‘김홍도반’에서 좀 더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대학교수나 작가들과의 만남도 갖는다. 경기창작센터에서도 청룡초교 전교생을 센터로 초청해 센터 입주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미술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의 실력은 어떨까. 2008년부터 꾸준히 갈고 닦은 아이들은 일취월장한 솜씨를 뽐낸다. 크고 작은 미술대회에서 잇따라 입상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인근 학교에서 전학을 오는 학생까지 생겼다고 한다.

최근 한·중·대만 세계아동미술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6학년 백승혜 양의 어머니 이순이(37) 씨는 “우리 아이가 이런 소질을 갖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며 “아이가 자신감도 갖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아이가 원하면 지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6학년 한유경(13) 양은 “전통미술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뿌듯하다”며 “한국화 물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미술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것을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의 변화에 김 교사를 비롯해 학부모들도 감격해 했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못 그린다’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창피해 했던 아이들이 전문 미술관에서 전시도 하고 상도 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발표력‧표현력‧성적 등 모든 것이 향상된 아이들을 보면 기쁘다”고 말했다.

1년 전 전학 온 배영태 군의 어머니 김미진(39) 씨는 “도시 아이들의 미술과제는 항상 엄마들의 숙제였다. 그런데 이곳 아이들은 끝까지 혼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단계별로 향상되는 아이들의 변화를 실제로 느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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