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열린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점검해 교육정책 수립 및 교육과정 개선, 학생 개인 및 단위학교의 학업 성취수준 파악 등 행·재정적 지원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됐다. 2016.06.21. (출처: 뉴시스)

교육부, 국정기획위 제안 수용
이달 20일 평가부터 적용 방침

전교조 “경쟁교육철폐 투쟁성과”
교총 “학력진단·평가에 한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올해부터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수준을 파악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사실상 폐지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열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전수 평가에서 표집(샘플)평가로 변경하는 안을 교육부에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기획위 발표 직후 교육부가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수준의 결과 분석은 표집 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미 ‘합의’가 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분석하고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시험이다. 해당 학년 학생들이 모두 치른다는 의미에서 ‘일제고사’로 불린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에서 이달 20일로 예정된 학업성취도 평가부터 표집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도간,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왜곡돼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추이 분석과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한다는 평가 취지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변인은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중학교 일제고사 폐지를 교육공약으로 이미 약속한 바 있어 협의회의 제안에 깊이 공감했다”며 “특히 전국의 모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전수 조사로 보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교육’과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정기획위의 제안을 수용한 교육부는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수준의 결과 분석은 표집 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올해 평가는 20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교육부가 선정한 표집 학교에서만 실시한다. 표집 규모는 전체 대상 학생 93만 5059명의 약 3%로, 중학교는 476곳 1만 3649명, 고등학교는 472곳 1만 4997명 등 모두 2만 8646명이다. 올해 평가는 표집 학교 등 일부에서만 시행하게 됨에 따라 교육청별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학교 정보공시에서도 제외된다.

표집평가는 2018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부터 적용된다. 국정기획위는 교육부에 시도교육청과 학교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연구결과 등을 반영해 구체적인 표집평가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에서 표집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해 교육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평가 방식을 갑작스럽게 바꾼 것은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업성취도평가 변경 시행은 경쟁교육 철폐를 위해 노력해 온 투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표집 비율이 1986년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0.5%에서 1.5%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3% 표집 규모는 과도하다”며 “표집 외 대상 학생에 대한 평가를 교육청 판단에 위임한 것도 학교 단위 일제고사가 시행되는 길을 열어둔 것이어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표집평가로는 맞춤형 교육을 위한 학력진단·평가에 한계가 있다”며 “교육의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고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가를 엿새 앞에 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성급한 처사”라며 “학생·학부모·교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고 교육의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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