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 위원장 “재벌개혁, 검찰개혁처럼 몰아치듯이 못해”
‘점진적 개혁’ 기조… “다음 주 구체적으로 밝히겠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취임하면서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주목된다.

다만 ‘재벌저격수’ ‘재벌의 저승사자’로 꼽히는 김상조 위원장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재벌개혁에 대해 김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한 시장경쟁 확립을 위해 일말의 주저함과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할 수 없다”면서 “기업 관련 사안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일도 많아, 검찰개혁처럼 몰아치듯이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개혁 입법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공정위원회뿐만 아니라 금융위 등 유관부처와 협조체제를 위해 정교한 실태조사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벌개혁은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개혁은 논란 가능성 있어 자주 언급 안 했지만 10대 그룹, 4대 그룹에 집중하고 이를 어떻게 구체화, 현실화할 것인지를 다음 주에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며 “4대 그룹을 몰아치듯이 하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을 나누면서 “개혁이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개혁을 통해 더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4대 그룹을 비롯해 재벌 대기업들에 대한 일방적이고 조급한 개혁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는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분야부터 재벌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회 상황에서는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며 “입법이 필요 없는 행정력과 하위 법령 등을 사용한 재벌개혁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을 위해 재벌조사를 전담할 기업집단국이 공정위에 신설되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과거 대기업 불공정 거래를 감시했던 조사국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재계로서는 부담이다. 기업집단국이 출범하면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한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각종 횡포가 핵심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국' 신설과 관련해 기대만큼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안이 있긴 하지만 기대한 만큼 될 거라고 기대 안 한다”며 “솔직히 기대치에 반이라도 되면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국정기획자문위랑 행정자치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