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작품 ‘댄서의 순정’은 2005년 영화로 개봉된 데 이어, 2007년 뮤지컬로 제작됐으며 최근까지 대학로에서 한 달여간 공연되고 막을 내렸다.
연극 댄서의 순정은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연극이라는 장르의 매력이 댄스스포츠와 만나면서 좁은 무대에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다양한 연령층이 도전하고 있는 댄스스포츠를 소재로 아직 한국사회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연변출신의 소녀와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 젊은이와의 사랑은 순수하면서 열정을 보여준다.
뮤지컬이라는 큰 무대가 아닌,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극은 미장센과 조명, 음악보다도 배우들의 앙상블과 호흡, 한정된 공간에서 발산되는 위트를 기반으로 사랑의 감정들을 풀어나갔다.
연극 댄서의 순정은 기존 댄스영화를 대표하는 ‘플래시 댄스’ ‘토요일 밤의 열기’ ‘더티 댄싱’ 등 반항심으로 뭉쳐진 청춘들의 이야기나 자유로운 춤을 구사하는 나쁜 남자의 유혹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댄서의 순정에서 장채린 역을 맡은 김아라는 사회적으로, 재능적으로 무시당하고 삐걱거리는 꿈이 없는 현실을 현란한 춤사위와 테크닉보다는 멜로적 감성을 잘 표현하고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순애보적인 낭만과 순수한 진심을 그려냈다.
이번 연극은 신파적인 느낌은 강력히 배제되고 더욱 까다로워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넘어서기 위해 실제적 댄스스포츠 트레이닝과 재미를 더하는 디테일, 주·조연 배우들의 안정된 앙상블 연기가 플롯을 안정화시켰다. 김아라는 연변에서 갓 서울에 온 연변아가씨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으며, 박세화, 신동아, 홍승일, 박현일 등 베테랑 배우들도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리드하며 다양한 연기테크닉을 선보였다. 다만 소극장이지만 댄스스포츠 소재를 기반으로 한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미흡한 미장센에 대한 실망과 남녀주인공의 현란한 댄스스포츠를 많이 볼 수 없었던 아쉬움, 비슷한 노래의 흔적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극 속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라고 표현했고 국가대표나 혹은 큰 경쟁대회에서의 배경을 생각하면 배우들의 춤 스킬은 부족해 보인다. 관객들이 좀 더 마음속으로 흥얼거릴 수 있는 리듬과 사운드가 절실해보였다. 댄서의 순정은 기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 다시 가을쯤 리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춤과 미장센의 개선으로 차기작은 더 화려한 무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 나영새가 장채린에게 “이건 이런 춤이다, 저건 저런 춤이다”를 설명하는 부분도 전문성이 부족해보였다. 댄스스포츠의 소재 드라마답게 등장인물들은 마치 프로에 버금가는 전문용어와 댄스테크닉을 선보이는 것이 관객들의 몰입감을 배가시키고 극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무대의 단일화도 아쉬웠다. 잦은 장소 전환 시 암전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 막을 내려 위와 아래, 양 옆 등 안정적이고 다양한 구도를 보여주는 개선도 필요하다.
‘이만갑’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아라는 영화, 뮤지컬에 이어 연극으로 탄생한 ‘댄서의 순정’ 여주인공으로 첫 연극무대를 마쳤다. 두 달간 춤과 연기를 연습했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첫 도전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매끄러운 실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비쳤다. 이런 배우들의 노력 끝에 댄서의 순정은 상업적이지 않고 인공적이지 않은 꿈, 인물의 심리적 현상과 순수한 사랑을 무대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장채린은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에 처한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고뇌의 모습을 그려냈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을 담아내며 어둡지만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했다. 댄서의 순정은 차갑고 냉소적인 때론 따뜻한 휴머니즘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 작품에서의 사랑은 무관심, 순수함, 아련함으로 그려지면서 삶에 대한 지독한 허기짐이 남아있는 것처럼 고독하고 필사적이다.
억지스러운 스토리나 인위적이지 않고 곳곳에 나타나는 코믹, 갈등 등이 잘 버무려져 몰입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가을에 리오픈되는 연극 댄서의 순정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과 연계해 더 발전된 스토리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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