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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사용하기 전 대체품들
여러가지 곡식 갈아 만든 ‘조두’
잿물에 밀가루 섞어 만든 ‘석감’
‘암모니아 성분’ 오줌도 사용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손에서 거품이 나오다니, 저 선교사가 마술을 부린다!”

1878년 2월 옥졸들이 깜짝 놀라했다. 고종 임금 때 감옥에 붙잡혀 있던 선교사 ‘리델’ 때문이었다. 당시 조선은 천주교를 탄압했는데, 이때 잡혀온 리델의 행동이 희한하게 보인 거다. 리델은 자국에서 가져온 신기한 물건을 늘 소지했었다. 하루는 감옥에서 세수를 하려고 비누를 꺼냈다. 비누가 뭔지 알 턱이 없는 옥졸들은 선교사가 마술을 부린다며 놀라했다.

이렇듯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사용하던 비누가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떻게 세수를 하고 몸을 씻은 걸까.

◆녹두·팥·콩 등 곡물 사용

비누는 때를 씻어내는 데 쓰는 세정제다. 그 어원은 ‘더러움을 날려 보낸다’는 뜻의 비루(飛陋)라고 했다. 녹두와 팥 등을 갈아서 만드는 것은 ‘조두’라고 불렀다.

조두는 곡식의 껍질을 벗긴 후 곱게 갈아 체에 쳐내 만든 일종의 가루비누다. 물로 얼굴을 적신 후 손바닥에 조두를 묻혀 문지르면 때가 빠지고 살결이 부드러워졌다. 조두는 피부를 희게 해 주는 효과가 있어 궁녀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다만 가루비누인 조두는 곡식 비린내가 났다. 콩으로도 조두를 만들었다.

콩깍지 삶은 물이나 창포 우린 물로도 얼굴을 씻었다. 또 쌀겨, 조, 쌀 뜬 물, 콩깍지 삶은 물 등도 많이 이용했다. 또 중국에 영향을 받아 잿물에 풀 즙과 밀가루에 섞어 굳힌 신체 사용 세정제인 ‘석감’을 사용했다. 

그래서 광복 후에도 비누를 ‘석감’이라 불렀다고 한다.‘창포’를 이용해 몸을 씻기도 했다. 옛날여인들은 창포를 넣고 물을 끓인 후 그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했다.

특히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인 ‘단오’날에는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에서 창포로 몸을 깨끗이 했다. 창포가루도 세수할 때 사용했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았던지 보릿가루를 섞은 가짜가 나돌기도 했다.

◆오줌으로 손 씻고 빨래도

놀라운 것은 오줌도 몸을 씻는 용도로 사용됐다. ‘삼국지 동이전’에는 우리 민족이 오줌으로 손도 씻고 빨래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오줌에는 암모니아가 들어있는데, 이게 때를 깨끗이 빼주는 작용을 한 거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생활지식이 수록되어 있는 ‘규합총서’에도 오줌을 활용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주색 옷은 오줌에 빨면 상하지 않고, 쪽빛 옷은 녹두물과 두부 순물에 빨면 새롭고, 묵은 때는 콩깍지 잿물에 잘 빠진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조선시대에 비누가 언제부터 들어왔는지는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고종 때 선교사인 리델이 감옥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리델은 소지하고 있던 비누로 손을 씻는데, 이것을 본 옥졸들이 놀라했다. 이 일화는 훗날 조선을 탈출한 리델이 ‘서울옥중기’에 담아놓았다. 이로보아 이 시기에 비누가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록 과거에는 비누가 없었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몸을 깨끗이 씻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한 것은 예나지금이나 비슷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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