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경기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의 한 농지에서 농민인 이한수(69, 남,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씨가 말라버린 모를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가뭄 현장스케치
인근저수지 저수량 10%이하
벼농사 포기, 대체작물심어
“가뭄에 식수 끊길까 걱정”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요즘에는 밖에 나오기도 싫어. 뭐가 해결 돼야 나오지.”

12일 만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에서 벼농사를 하는 이한수(69, 남)씨는 가뭄에 타들어가는 벼를 보고 있으면 속이 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고장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그는 이번 가뭄이 60년 만에 최대 가뭄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하수 관정은 아예 물이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한해 농사가 말이 아니다. 콩 같은 대체작물을 심으려 해도 비가 와야 심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수돗물도 안 나오는데 식수까지 끊길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광면사무소에 따르면 벼농사를 위해 면사무소에 신고한 전체 토지는 442만 4773㎡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4만 152㎡의 토지가 벼농사에서 대체작물로 변환해 신고했다. 논에 모를 심지 않은 농민들은 가뭄이 심화되자 물이 많이 필요한 벼농사를 포기하고 일부는 대체작물을 심고 있다.

또한, 금광면 인근에는 금광저수지와 마둔저수지가 위치해 있지만, 가뭄으로 저수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방차로 농업용수 공급을 돕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지난달에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농민의 애타는 마음을 달래고 올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금광저수지에서 지냈다. 금광면내 저수율은 계속 낮아져 금광저수지 9.7%, 마둔저수지 7.7%로 가뭄해갈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가뭄이 계속되는 12일 오전 경기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마을이장인 강웅균(57, 남, 안성시 금광면 오산리)씨는 “바짝 마른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금방 마른다”면서 “벼가 타죽지 않을 정도로 겨우 물이 공급되는데 며칠이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번 가뭄에 대해 “장마 때 비가 많이 오면 저수지에서 물을 빼내는데 재작년부터는 저수지에 물이 많이 차지 않고, 빼 내는걸 못 봤다. 겨울에 눈도 안 오고저수지에 가둬놓는 물만으로 농수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6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강수량은 평년(331㎜)의 69% 수준이나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로 경기·전남·충남북·경북지역 33개 시·군에서 주의단계의 기상가뭄이 발생했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군부대에서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 지난주부터 금광면으로 2개 중대를 파견했다. 현재 인천 부평 소재 수도군단 10화생방대대에서는 3t급수차와 장병을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12일 오전 경기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에서 대민지원 나온 군부대차량이 농민들을 위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지만 논에 물을 대는 군용트럭 한 대당 호스가 2개 밖에 없어, 농사 걱정에 마음이 급한 일부 농민끼리는 충돌이 생긴다. 농민들이 서로 물을 대려고 싸우기도 한다고 한 마을 주민은 설명했다.

수도군단에서 대민지원 온 한 병사는 “군용트럭 5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한 대당 2800L의 물이 들어가는데 하루에 6번씩 인근의 조령천에서 마을까지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게나마 대민지원이 어르신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사와 함께 대민지원 온 박모 대위는 “저희의 본분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긴 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마을 어르신들이 힘을 내시고 하루빨리 가뭄을 극복해서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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