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법 스님의 가족을 찾는 홍보 전단지. (제공: 수원시)

[천지일보 수원=강은주 기자] 경기 수원시가 선감학원 피해자 혜법(경북 영주 영산암 주지) 스님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나섰다.

혜법 스님은 8살(남자) 무렵이었던 1969년 수원에 있는 집 앞에서 놀다가 차를 타고 온 낯선 사람들에게 납치됐다. 그가 끌려간 곳은 안산시 선감도에 있던 ‘선감학원’이었다.

1942년 일제가 ‘부랑 청소년 감화’를 한다며 만든 선감학원은 1984년 폐쇄될 때까지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이다. 전국에서 잡혀 온 청소년(8~18살)들이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렸다. 부랑아 일제 단속이 진행된 1960년대에는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까지 수용됐다.

혜법 스님은 1977년 9월 가까스로 선감학원을 탈출해 수원으로 왔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주소도 부모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모든 걸 잊기 위해 출가했다.

혜법 스님의 기억으로는 납치가 되던 날 쌍둥이 동생(현재 48세)이 태어났다. 부모님이 계셨고 형이 2명, 누나가 1명이었다. 자신의 성(姓)은 ‘박씨’나 ‘곽씨’로 이름은 ‘은주’ 또는 ‘은수’로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절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수지와 집 근처 산 위에 학교도 있었다.

혜법 스님은 “선감학원 탈출 후 집을 찾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는 혜법 스님의 가족을 찾기 위해 관련 기록물을 전수조사하고 홈페이지·SNS 등으로 스님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또 실종 당시 사진과 어릴 적 기억이 담긴 홍보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관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도 할 계획이다.

김교선 시 감사관은 “1969년께 8살가량 된 남자아이를 잃어버리고 가슴 아파한 이웃이 없었는지 기억을 되짚어주시길 바란다”며 “수원시와 시민들이 힘을 모으면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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