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비 인하 공약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82%라는 역대 최고를 달성한 바로 다음날인 10일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 미래부와 국정기획위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 공약 실행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시장원리에 벗어나더라도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통신비 인하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미래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이 진전되긴 했지만 미흡하다며 압박했고, 보편적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관련해 시민단체도 통신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反)시장 요금인하 압박에 해당 기업과 친(親)기업성향 언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본료 폐지만 해도 통신 3사의 작년 영업이익의 두 배와 맞먹는 7조원 대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당장 급한 5세대(5G) 인프라 투자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져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싸움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새 정부가 시작할 때마다 기본료 폐지는 늘 검토만 되고 이런 기업의 우는 소리에 얼렁뚱땅 마무리됐기에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크다. 특정계층이나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기본료 인하나 폐지 논의가 되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키운다.

일부만의 기본료 인하나 폐지는 분명 공약 후퇴다. 필수품이 된 휴대폰 통신비 인하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분명 보편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무리하게 기업의 희생만 요구하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신경전을 보는 국민들은 실무자들이 답을 잘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업계의 과점체제를 깨 자율적인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는 하나, 국정기획위의 말처럼 3사 자율에 맡겨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확인된 바다. 서민은 통신비 부담을 덜고 통신3사와 알뜰폰 사업자도 크게 낭패 보지 않을 통신비 인하 정책이 나오려면 분명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무엇보다 휴대폰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의 부담감을 해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결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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