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금보다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이 더 낫다!”는 얘기들이 증권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지난달 초 기준으로 가상화폐(Virtual Money) 혹은 전자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 가격은 약 1500달러를 상회하여 거래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1600달러를 넘어 거래되기도 한다. 즉 1비트코인이 약 200만원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지는 셈이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2009년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온라인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분산해서 공개 저장함으로써, 보안성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전 세계 약 1000여종의 가상화폐 가운데 시장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디지털통화인 비트코인은 오프라인 화폐가 한국은행이라는 중앙통화관리기관에 의해 계획적으로 발행·관리되는 체계와 달리, 통제관리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이다. 이에 대신해 개인과 개인이 컴퓨터로 직접 연결하여 서로가 원하는 파일을 제공하거나 공급받는 P2P(Peer to Peer) 기반의 분산시스템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검증되는 체계이며, 공개키암호(Public Key Cryptosystem) 방식을 통해 공개된 형태로 open된 계정 간에 거래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기술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거래를 하고 거래내역과 잔액을 확인하는 기반을 블록체인이라 하는데, 사용자 간 송금거래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중인 개인 컴퓨터들이 모두 이들 거래를 검증하고, 검증에 통과해야만 입금이 가능한 형태이다. 이같이 일련의 과정에서 블록체인 참여자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담은 각각의 블록, 즉 파일을 생성하게 되며, 각 블록은 이전 블록의 정보를 갖고 있고, 블록들이 모여 마치 그물망 같은 체인을 이루는 블록체인이 만들어지게 된다.

블록체인 내에는 전자서명을 통해 체인 형태로 연결된 데이터들의 집합이 있으며, 각 데이터는 상호 연결되어 집합의 유효성을 증명한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코인 거래자 모두가 참여하고, 공증하는 가상화폐 거래내역 공공기록 장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거래자 전체의 컴퓨터를 이용한 분산시스템을 통해 수행되기 때문에 위·변조, 해킹 등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비트코인만의 장점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장점은 본 비트코인을 향후 금융과 IT의 결합인 핀테크(FinTech) 산업, 즉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성장의 총아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전 세계를 뒤흔든 랜섬웨어 사태에서 블랙해커들이 감염된 컴퓨터의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지급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본 전자화폐 거래가 안전하면서도 은밀하여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비트코인 등장 이전인 초창기 블랙 해커들의 금전 요구는 대포통장이 사용됐으며, 이러한 경우 아무리 차명을 이용해 개설됐다 하더라도 역추적을 통해 상당 부분 범죄자 검거가 가능했으며, 최근에는 금융기관 자체에서 아예 개설통장 수 제한이라든가, 개설 용도에 대한 명확성을 면밀히 따져 대포통장 개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는 기본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익명성, 투자가치 증가 등이 기대되는 가상화폐 산업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인, 즉 동전이 가지는 양면성과 같이 비트코인의 어두운 단면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됐듯이 익명성, 투자성이 보장됨에 따라 블랙해커들의 범죄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와 마약, 도박 등 정부감시를 피한 거래를 희망하는 범죄집단들의 악용, 거래내역 추적이 어려우므로 개인 간 거래를 이용한 상속세, 증여세 등 탈세수단으로의 오용, 범죄수익으로 벌어들인 검은 자금에 대한 자연스런 세탁 등을 들 수 있다.그러나 어떠한 수단,가치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상품·산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유용성을 판단할 수 있는데, 분명 지금의 비트코인은 정상적인 화폐로서의 활용보다는 투자를 통한 미래 이익을 노리거나, 또 다른 차원의 재테크 분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측가능한 이러한 문제점을 미연에 예방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정부 차원의 진지한 관심과 방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도래되는 현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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