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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속으로 수천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하다. 그래서 말을 더 아끼게 되는지도 모른다. 값지게 표현된 말과 글과 그림이라서 아껴야 더 값어치가 생길 것만 같다.

물고기는 말없이 물속을 유영하지만 알고 보면 속이 다 썩어 물을 들이켜 씻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외모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 자신의 몸매를 다듬은 거울보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몸을 뒤흔들면 물속을 헤치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몸매를 뽐내고 싶어서는 아닌지 한번쯤은 물어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바빠서 인사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은 이미 서로가 아는 사정이다. 시간이 없어 인사도 못했다는 말을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했던 것인지,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다.

눈은 퀭하고 마음은 복잡하고 속은 뒤죽박죽이고 그러나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붓펜을 통해 표현되는 헛헛한 마음이다. 한 방울 뚝 떨어지면 그 기억들이 자국으로 남는다. 생각의 자국들이 세상에 남는다.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조곤조곤 정리해 나가는 심정은 마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바늘들은 하나하나 곤두서서 곧 세상의 못된 것들을 잡아내기라도 하듯 단단한 비늘을 뚫고 세상에 나온다. 물론 글이 나오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세상에 자기 모습을 내보이는 방식이 바늘모양이고 날카롭다.

기억의 저편에 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스크린처럼 투영되고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복잡해서 싫어지는 때가 오지만 정리할 것이 많이 남아있어서 재미난 것들로 여길 수도 있다. 언제라도 꺼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소재가 되곤 한다.

아무리 복잡하다 하더라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져 속을 꽉 채우니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고리처럼 연결된 이야기들이 결국 바깥 세상에 나와서 하는 것이란 것은 겨우 눈물 한 방울만큼의 먹물을 짜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한 방울 눈물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물 밖을 나와 물 세상을 떠날 때 남 것이라고는 살점 하나하나가 발겨져서 남는 것이라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일 테지만 좋은 맛깔난 기억보다는 세상에 한 방울 눈물만큼 기억을 남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래봤자 망망대해에서 세차게 지나가는 큰 파도 아래에서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에 불과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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