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 주요지휘관회의 주재..국가안보 직접 지휘 의지
`천안함 담화' 성격.."우리軍 굳게 믿는다"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전군 주요 지휘관들 앞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국가 안보태세를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일로 후퇴하는 게 아니라 더 전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4월 26일 서울광장 희생장병 분향소 조문)는 자신의 언명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대대적인 국방개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연설을 통해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 구성▲대통령 안보특보 신설, 비대칭 전력 대비태세 점검 ▲군 행정 투명성.효율성 제고 등 사실상 국가 안보기능을 근간부터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 대통령의 연설은 군 지휘관들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군(軍)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건군 62년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그만큼 이번 사태를 국가안보의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군은 물론 국민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문제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침몰 원인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이 대통령이 원론적이나마 `남북관계'를 언급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는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연결지어 볼 때 `북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후속대응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군의 매너리즘을 지적하며 `강한 정신력'과 `국방 선진화'를 강조했다.

"국민들도 불과 50㎞ 거리에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는 언급은 분단 60년이 지나면서 해이해진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 정권에서 진행된 `국방개혁'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군의 긴급 대응태세, 보고지휘체계, 정보능력, 기강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상한 개혁의지를 갖고 쇄신해 나가야 한다"면서 국방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다시한번 역설했다.

취임 이후 수차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군 내부의 고질적인 부조리와 비리를 척결하지 못한 데 대해 자성하며 천안함 침몰사건이라는 `국가 안보의 중대 사태'를 계기로 차제에 병무, 군수, 방산 등 국방 전 분야의 쇄신을 강도높게 지시한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가 최고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직접 국가안보의 실질적인 `지휘봉'을 잡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의 한시 구성, 대통령실 안보특보 신설, 청와대 위기상황센터의 위기관리센터 전환 등은 국가안보를 국방부 등 일선 부처에만 맡기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총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 구성은 이 대통령이 취임후 갖가지 위기 돌파를 위해 신설한 비상경제대책회의, 교육개혁대책회의, 국가고용전략회의 등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우리 군을 굳게 믿는다"면서 군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질타보다는 신뢰 표명을 통해 사기 진작에 나선 것이다.

취임 사흘째인 지난 2008년 2월 28일 학군사관학교(ROTC) 제46기 임관식에서 "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겠다"는 축사 내용을 반복하면서 "군의 생명은 사기에 있다.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또 "군 복지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배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민간의 우수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민관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 대목은 군 개혁과 관련한 민간의 역할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연설을 마치면서 이 대통령은 "훗날 역사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 국군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군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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