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이경민씨가 직접 출판유통 및 홍보마케팅까지 감내하며 제작한 신간 ‘이경민의 괴담’이 ‘라면받침대(‘싱글남·녀, 혼밥족들의 필수품’)’라는 파격적인 홍보이미지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 내용을 이같이 함축적인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다. (제공: 내리리 십오번지)

출간 전 이미 200부 이상 예약 판매
오는 17일 대구 계명대 북콘서트 개최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굳이 등단하지 않아도 작품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3년간 준비한 독립출판사 책입니다.”

지난 9일 독립출판사 ‘내리리 십오번지(naeriri15.net)’는 신작 단편소설집 ‘이경민의 괴담’을 출간했다. “개개인의 욕망은 커져만 가는데, 우리 사회는 10년간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이보다 더한 괴담이 또 있겠는가?”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일침이다.

이 책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원고작성→도서디자인→마케팅→홈페이지운영→도서유통’ 전 과정을 저자 이경민씨가 1인다역으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독립출판사들이 탄생했고, 독립출판물들이 세상에 나왔지만 기존의 도서유통시스템을 전혀 따르지 않고 저자가 직접 마케팅하여 개인 홈페이지를 통한 구매로 도서를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사례다.

현재 대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경민은 작금의 출판업계 현실을 보며 개탄했다.

이경민씨는 “이미 국내 출판업계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다.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만이 살아남았고, 동네서점, 독립서점들은 책을 팔아서 운영되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팔며 겨우 버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도 지원정책을 펼쳤으나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도서정가제를 시행했지만, 독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고, 관련 업자들도 편법 할인, 중고시장 확대 등으로 정가제를 무력화시킨 게 그 사례다.

모두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다. 이에 이씨는 “이제 남은 극단적인 방법은 저자가 직접 자신의 독자들을 설득하여 찾아 나서고, 직접 책을 제작하여 전달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기존의 도서유통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 ‘이경민의 괴담’ (제공: 내리리 십오번지)

이씨의 독립출판사는 어느 날 갑자기 객기부리 듯 불쑥 시작된 게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주시한 문제였으며, 독자들에게 책을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하고 마케팅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약 3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물이다.

이씨는 “원고작성과는 별개로 이처럼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순전히 본인처럼 문학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굳이 등단을 해야만 한다거나 거금의 자비를 들여서 출판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성실한 노력도 한몫했다. 이씨는 꾸준히 자신의 독립출판사 행보를 인터넷으로 알려왔고, 이 같은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네티즌들은 이씨의 정식 출간일 전 예약주문으로만 200권 이상을 신청했다.

저자 이경민씨는 이 기세를 몰아 응원해 준 독자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다가오는 17일 대구 계명대학교 대명동캠퍼스에 위치한 스크린씨눈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신작 ‘이경민의 괴담’은 총 7편 중, 단편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독립출판사 내리리 십오번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유튜브(https://youtu.be/BPIK-Rumgyg)에는 1분짜리 홍보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공식블로그에는 출간일 전에 이벤트에 당첨돼 미리 도서를 읽어본 독자들의 서평이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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