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홍성란

 

담배를 배울 걸 그랬다
성냥골 그어 당기게

누가 봐도 일없이 불장난한다 하지 않게

성냥골 확, 그어 당기면
당긴 이유 보이게

 

[시평]

지금은 대부분 라이터를 쓰기 때문에 성냥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를 않다. 예전에는 집 어디에고 성냥갑들이 놓여 있었다. 촛불도 켜고, 또 어른들이 담배도 피우기 위하여 성냥갑들이 방구석 어딘가에는 뒹굴고 있음이 일반이다. 집안에만이 아니다. 다방에를 가도 탁자 위에 커다란 성냥갑은 늘 놓여 있었다. 그래서 별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다방 한 구석에 앉아 그 성냥갑에서 성냥골을 꺼내 작은 탑을 쌓았다가는 허물곤 했었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성냥골을 그어 불을 붙이고는 끄곤 했다. 

저녁녘, 아무러한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무심코 성냥골을 당겨 불을 붙였다가는 끄고 하는, 망연한 자신의 모습. 그 모습 스스로 발견하고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어쩐지 싫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이러느니 차라리 담배라도 배울 걸.’ 이런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라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만 엉뚱한 생각을 하고 만다. 

사람이란 대체적으로 자신의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를 않다.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모습을 보일 때 갖게 되는 그 당혹감. 담배라도 배우 걸, 하며. 이렇듯 성냥골을 당겨 불을 켜는 것이 무심한 짓거리가 아닌, 담배를 피운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는 일이었으면 하는 생각, 아마도 그 생각도 역시 부질없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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