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통시장과 모든 식당에서 살아있는 생닭 거래가 금지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의 한 가금류 취급 업소 닭장(케이지)이 비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부, 살아있는 생닭 거래 금지
달걀·닭고기 가격 다시 올라
“AI 불신으로 시장 손님 줄어”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두 달 만에 다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가 전통시장까지 번졌다. 청량리 전통시장의 통닭 골목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비가 내리는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시장에 위치한 통닭 골목에서 만난 치킨집 사장인 김성근(가명, 53, 남)씨는 “조류독감 때마다 방송에서 AI라는 말만 나와도 손님이 뚝 떨어진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는 “평소 이곳이 통닭 골목으로 유명해 주말이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잘 왔었다”며 “이번에 생긴 조류독감 때문에 아예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생닭부터 치킨, 닭 부산물(똥집, 모래주머니)을 판매하는 청량리 통닭골목이다. AI 사태가 방송을 타자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상인의 설명이다.

상인들이 즐비한 골목에는 지나가는 손님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골목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물끄러미 가판대를 바라보더니 이내 자리를 옮겼다.

골목 상인인 김숙희(가명, 56, 여)씨는 “간간히 들리는 손님들도 조류독감 때문에 (닭을)살 마음은 없고, 시장 상황이 어떤지 보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사람들은 상인인 우리 마음을 알 수 없다”면서 “조류독감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시장 상인들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말 발표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하향을 보이던 달걀과 닭고기 가격은 AI 사례 이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닭고기 가격은 중품 1㎏에 590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상승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5.5% 오른 상태다. 계란 한 판(특란) 가격은 793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6.9% 오른 상태다.

무엇보다 잦은 전염병으로 닭과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믿고 먹을 수 없다는 편견이 생겨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더욱 줄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주된 걱정이다.

건너편에서 가금류와 생닭을 취급하는 한 업소에는 빈 닭장만 있었다.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정부는 지난 5일 살아있는 생닭 거래를 금지했다. 정부는 이날 전북 익산에서 AI에 감염된 농가가 추가로 발생해 최소 7개 시·도가 AI 위험 반경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이동통제초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는 상태다.

두 달여 만에 이어지는 AI사태는 시민들의 불신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닭고기를 75도 이상에서 5분이상 가열하면 AI 바이러스가 사멸해 감염 확률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장을 방문한 시민 김윤성(36, 여, 서울 동대문구)씨는 “아직까지 AI가 인체감염의 사례가 없다고 하지만 불안한건 사실”이라며 “국가기관에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방역과 관리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닭고기와 계란의 가격이 올라 걱정이라는 주부 한진숙(42, 여, 서울 동대문구)씨는 AI 사태와 관련해 “다음 달이면 초복인데 그전까지는 AI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정부는 위기경보 상향에 따라 AI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이날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일시이동 중지 명령과 일제소독(육계 제외)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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