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국적인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대응이다. 지금까지 AI 바이러스는 높은 기온과 습도에 취약해 여름철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사유 등으로 방역 당국에서는 지난달 30일부로 ‘구제역·AI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종료하고 6월 1일부터 평시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 정부 발표를 믿은 가금농가와 가금류 종사자들은 안심했고, 국민도 AI가 마침내 종식됐구나 생각하던 차에 재앙이 터졌다.

지난 2일 제주시의 토종닭 농가 등 2곳에서 AI 의심신고가 있었고, 조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명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6일부터 AI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7일 하루 동안 전국 모든 가금농가를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다. 제주시의 가금농가가 오골계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에 대한 조사 결과, 오골계 6900마리 중 3600마리가 부산 기장, 울산, 경기 파주, 충남 서천, 전북 군산·전주, 경남 양산·진주, 제주 등으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부산, 울산, 파주, 군산, 익산, 양산, 제주 등 7개 시·군 9개 농가에서 현재 AI 양성반응이 확인되고 있다.

이번 AI 사태를 보더라도 감염 여부와 그 정황은 가금 사육주가 알 수 있다. 제주시 토종닭 농장주가 지난달 27일 오일장에서 산 오골계 5마리가 이틀 뒤에 전부 폐사했지만 그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6일후 토종닭이 추가로 폐사한 후에야 신고했던 것이다. 비록 늦게나마 제주 토종닭 농가는 신고라도 했지만 진원지인 군산의 가금 농장에서는 하루 20∼30마리씩 집단 폐사가 발생해도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오골계를 팔아넘겼던 것이다. 가금 폐사 사실을 제 때 당국에 신고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AI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확산돼 사육농가와 가금류 소비자인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또 방역과 사후조치 등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낭비는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인가.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사육 오골계가 집단 폐사했음에도 감염 의심 신고 없이 시중에 유통시킨 가금 농장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비롯해 방역체계의 허술한 점 등에 대해 정부의 철저한 재정비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AI와 구제역은 얼마든지 사전예방이 가능함에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사례는 정부당국의 느슨한 대응이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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