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한나라의 제후들은 어사대부 조착의 부추김에 의해 영지를 자꾸 빼앗기자 불안에 떨고 있었다. 때마침 조정에서 오나라 회계와 예장의 두 군을 몰수한다는 조서가 내려왔다. 격분한 오왕 비는 조정에서 내려온 관리를 죽이고 출전 명령을 내리자 징병된 병졸은 20만명에 달했다. 오왕은 열네 살인 막내아들까지 병졸들의 선두에 서게 했다.

경제 3년 정월 갑자 날에 오왕은 수도인 광릉에서 군사를 이끌고 서쪽 회수를 건너서 초군과 합류했다.

오·초 칠국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제는 태위인 조후 주아부로 하여금 장군 36명과 대군을 이끌고 오·초를 무찌를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곡주후 역기에게는 조나라 토벌을, 장군 난포에게는 제나라의 토벌을, 또한 대장군 두영은 형양에 머물면서 제·조 양군의 움직임을 감시하도록 명령했다.

이들 정벌군의 출전에 앞서 두영은 전에 오나라 승상을 지낸 원앙을 경제에게 추천했다. 원앙은 오나라 조정에서 은퇴했으나 소환되어 조정에 들어왔다.

마침 경제는 조착과 군대의 동원 계획을 의논하고 있었다. 경제가 원앙에게 물었다.

“그대가 오나라 승상을 지냈으니 대장군 전녹백이란 어떤 사람이며, 지금 일어난 반란을 어떻게 보는가?”

“염려 마십시오. 곧 진압될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진압될 것이라고 하는가? 오왕 비는 동산에서 돈은 사사로이 만들고, 바닷물로는 소금을 만들며 천하의 호걸들을 불러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가 반기를 드는 데는 그만한 승산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말씀하신대로 동산의 돈과 소금의 이익은 큰 것입니다. 하오나 호걸들을 모은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참된 호걸이라면 의로운 왕을 돕지 반란 따위를 일으키는 왕은 결코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왕 곁에는 모두가 떠돌아다니면서 나쁜 짓을 일삼는 인물들이며 망명자들이거나 사사로이 돈에 매수된 자들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모반에 결탁된 것입니다.”

그 말에 조착이 나섰다.

“폐하, 원앙이 말하는 그대로입니다.”

경제는 다시 원앙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대책은 무엇인가?”

“말씀 드리기 전에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물리쳐 주십시오.”

황제는 조착만 남기고 좌우의 사람들을 모두 물러가게 했다. 그러자 원앙이 다시 말했다.

“소인이 말씀드리려는 것은 신하가 들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경제는 조착에게도 물러가라고 했다. 조착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참고 물러갔다.

그제서야 원앙은 황제에게 진언했다.

“오·초 두 나라가 교환한 문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고조는 일족을 왕으로 봉하고 각기 영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조착은 멋대로 제후들의 죄를 들어 영지 삭감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조착을 죽이려는 기치를 높이 들고 서쪽으로 나아가며 제후들과 협력하여 조착을 죽이고 삭감된 영지를 회복한다. 이 목적이 달성되면 즉시 무기를 거둔다.’ 따라서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조착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사자를 보내 오·초 칠국의 죄를 용서하고 영지를 도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란은 진압될 것입니다.”

원앙의 말을 들은 경제는 그저 망연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한숨을 쉬었다.

“천하를 위해서라면 조착 하나쯤은 아까울 게 없지만….”

“소신에게는 그 이상의 묘안은 없습니다.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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