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현 문학박사

민족주의는 민족의식 또는 민족정신을 토대로 한다. 그래서 민족주의를 보는 관점은 민족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부정적인 측면과 민족주의를 보편주의로 가는 통로로 인식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양분된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민족주의를 집단이기주의 내지 인종주의로 폄하하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민족이 가지는 특수성을 기반으로 세계주의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민족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부르주아민족주의, 사회주의민족주의, 문화적 민족주의, 우파민족주의, 좌파민족주의 등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와 관련된 ‘종교민족주의는 가능한가’라는 의문점이 남는다.

종교와 관련된 민족주의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민족주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종교의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주의 자체를 종교의 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를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 즉 서구에서는 근대 민족주의의 이념적 토대를 종교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대교와 기독교이다.

구약에는 민족 구원의 약속과 관련된 선민의식, 약속의 땅, 역사적 사명을 주장하는 메시아 등이 민족주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신약은 기독교 형제애가 민족주의를 형성하는 데 기반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민족의식이 종교와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의 민족주의는 종교를 바탕에 둔 활동과 동일시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본다면 중동의 이슬람교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은 전근대에는 종교가 지배이데올로기로서 민족과 동일시된 적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하나의 종교적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지를 못하였다.

특히 한말 서세동점의 시기를 통해 민족의식이 형성되었는데, 이 시기는 정통 성리학의 위정척사, 서학의 수용과 개화, 그리고 반봉건 반외세의 동학으로 정립되었다.

이들 종교적 이념은 각각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한국의 근대적 민족주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던 것이다. 이로 볼 때 한국의 근대민족주의는 종교의 영향을 밀접하게 받았다. 그렇다면 종교민족주의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종교민족주의를 파악하는 데는 몇 가지 인식의 틀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체성, 둘째는 통합성, 셋째는 시대인식이다. 여기서 정체성은 민족이 가지고 있는 시공간의 역사에 대한 종교들의 인식, 통합성은 민족문제에 대한 종교의 인식, 그리고 시대인식은 민족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들은 민족운동 과정에서 종교의 역할을 통해 추적할 수 있다. 그러했을 때 민족운동과 종교운동을 통합, 즉 종교인족운동을 통해 종교민족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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