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3교실은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고교학점제∙내신절대평가제 도입 등 새 정부 교육정책의 첫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는 그간 ‘교육 불평등’ 논란을 낳았던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해 오는 2019년 재지정 평가에서 특목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아울러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학생들을 선발하는 현행 제도를 전면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문재인 정부 관계자가 일반고와 같이 후기모집으로 학생을 선발해 자연스러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고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 등을 없앨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공약은 교육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일부 환영받는 분위기다. 반면 지금껏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열중하던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부모는 일반고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대안은 없고 무작정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는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역시 중3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약 중 하나로 대학처럼 학생 스스로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게 하는 제도다. 문∙이과로 반을 나눠 수능 출제영역에 따라 수업을 듣는 단편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개개인의 특징과 흥미에 맞게 수업을 선택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나름 고민의 결과로 나온 대책으로 보이지만 교육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현 정부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공교육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영어 수학 교과 내용과 수능문제 점검이다. 중학교 1학년 영어 시험지를 본 일반 학부모들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유학 안 보내 줘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수학 또한 학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은 ‘괴물’로 보일 정도로 학교수업만 듣고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내용들이 출제되니, 학교에서 학원을 권장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공교육 붕괴를 부른 교과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및 꼬고 또 꼬는 수능 문제 등에 대한 총체적 점검은 하지 않고, 자사고만 폐지한다면 일반고에서 경쟁만 더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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