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남북통일을 처녀 총각의 ‘결혼’에 비유하는 학자들도 많지만 일단 보통 사람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권력을 쥔 당국자들끼리 만나는 것보다 보통 사람들이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싹트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문화공동체가 정치공동체로 발전하게 되는 법이다. 통일부는 6월 2일 대북 인도지원 및 남북 종교교류를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8건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대북접촉이 승인된 민간단체는 모두 10곳이 된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도지원단체 2건과 종교단체 6건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승인할 예정”이라며 “이번 접촉의 사업 목적은 인도지원 협의 및 순수 종교 교류”라고 밝혔다.

이날 대북접촉이 승인될 인도지원 단체는 어린이의약품 지원본부와 어린이어깨동무 등 2곳이며 종교단체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 ▲평화 3000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등 6곳이다. 이들 단체는 북측과 팩스나 이메일, 제3국 접촉 등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한 뒤 방북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접촉을 승인하면서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단절된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6.15 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대북접촉을 승인했다.

대북 압박정책이 한창이던 지난 정부 시절 2014년엔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엔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가 개최됐다. 북한은 인천엔 왔지만 문경과 광주는 외면했고, 그 이유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목됐다. 그런데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고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변화가 생겼다. 북한은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에 대표팀을 파견했다. 북한 선수단이 공식적으로 한국 ‘원정’에 나선 건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었다. 4월 3일부터 11일까지 여자축구 아시안컵 B조 예선이 북한 평양에서 치러졌고 한국대표팀은 물론 한국 취재진까지 평양에 머물렀다. 한국 취재진의 체류까지 허용한 건 달라진 북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리는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에 시범단을 파견한다. WTF는 한국이 주도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WTF 주관 행사에 ITF가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엔 남북 체육 교류가 무척 활발했다. 특히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남과 북의 스포츠는 ‘우애’를 과시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남과 북 선수단의 동시 입장이 연출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과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마카오동아시안게임,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개회식까지 동시 입장이 이어졌고 전 세계인의 축하와 찬사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참여로 평화의 상징이 된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은 다소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 대회준비가 덜 돼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현재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이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종목의 추가 출전권 부여, 북한의 참가 경비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에서의 동시 개최 등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마식령 스키장 등은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 숙박시설과 교통편의도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핵 해결 없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은 무의미한 일회성 이벤트일 뿐. 화합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구현되려면 북한의 참가에 앞서 북핵 해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군사적 도발을 멈추고 평화적 자세로 전환함으로써 모처럼 찾아온 남북화해와 평화의 제전 동계올림픽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 협력해 평화통일의 분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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