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달밤’ 스틸. (제공: 극단 시지프)

연극으로 보는 단편 소설 ‘달밤’
일제 강점기 분단의 역사 재조명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달밤’ ‘가마귀’ ‘오몽녀’ ‘문장강화’ 등 일제강점기 ‘조선의 모파상’으로 불리며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도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 이태준.

‘상허(尙虛 이태준의 호)의 산문, 지용(芝溶 시인 정지용)의 운문’이라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지만 월북 이후로 배재 된 뒤 현대에 들어서야 해금됐다. 1992년 상허학회가 설립되면서 그의 문학 세계가 활발히 재조명을 받고 있다.

‘달밤’은 옛 서울 성북구 성북동 마을의 서정적 정취와 더불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식민 체제가 공고해지고 독립 가능성은 희미해지던 시기의 젊은 지성 이태준 작가가 바라본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당시의 리얼리티와 더불어 작품이 가지는 동시대적 의미, 격변의 시기에 작가가 품고 있던 생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수작(秀作)이라 평가를 받았다.

▲ 연극 ‘달밤’ 스틸. (제공: 극단 시지프)

이태준의 작품을 무대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에서 연극 ‘달밤’이 공연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이태준 전’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태준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달밤’을 각색했다.

연극 ‘달밤’은 정식 신문배달부가 되고자 하는 반편이 ‘황수건’을 서술자인 ‘이 선생’의 회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해방 전 대한민국의 모습을 작은 여관방에서 모여 사는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에 공연되는 연극은 원작자 이태준의 일대기를 극화해 그가 처음 성북동으로 이사 온 시점에서부터 월북 후 숙청당하기까지의 일화들을 무대 위로 올렸다.

광복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30년 역사를 뚜렷한 색감 대비로 시각화하고, 밀물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창작 세계가 오염 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주인공의 심리를 영상과 노래, 기괴한 장면 구성 등으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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