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은 도시의 경계이면서, 도성민의 삶을 지켜온 울타리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도성의 기능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양도성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발굴과 복원과정을 거치면서 잃었던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양도성 전 구간인 18.6㎞를 직접 걸으며 역사적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자 한다. 

 

▲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는 시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자연 속에 숨 쉬는 한양도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유난히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현존하는 건축물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성 역할을 했던 한양도성. 그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자 하는 첫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양도성 성곽길은 총 6구간으로 나뉜다. 낙산 구간(혜화문~흥인지문), 흥인지문 구간(흥인지문~장충체육관), 남산(목멱산) 구간(장충체육관~백범광장), 숭례문 구간(백범광장~돈의문 터), 인왕산 구간(돈의문 터~창의문), 백악 구간(창의문~혜화문) 등이다.

◆낙산구간 시작점인 ‘혜화문’

먼저 낙산 구간을 걷기로 했다. 출발점은 사소문(四小門) 중 하나인 ‘혜화문(惠化門)’이다.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걸으면 혜화문이 나온다. 지난해 사소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늦가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제는 초여름 옷으로 바뀌었다.

▲ 낙산구간 시작점인 창의문 ⓒ천지일보(뉴스천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거진 나무숲 사이에 숨어 있는 혜화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혜화문은 한양도성의 동북쪽 문이다. 창건 당시에는 홍화문(弘化門)으로 불렀으나 1511년(중종 6)혜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483년(성종 14) 새로 창건한 창경궁의 동문을 홍화(弘化)라고 정하면서 혼동을 피하려고 이름을 바꾼 거다.

영조 때에는 없던 문루를 지어 올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겪게 된다. 문루는 1928년, 홍예는 1938년에 헐리게 된 것. 그리고 1944년에 본래보다 북쪽으로 옮긴 자리에 문루와 홍예를 새로 지었다.

혜화문에서 도로를 건너니 한양도성 성곽길 안내판이 보였다. 산 위로 이어진 계단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니 수백 년 이곳을 지켜온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성곽은 낯선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느낌은 새로웠다. 그리고 ‘이 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 낙산구간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천지일보(뉴스천지)

성곽 사이로 푸릇한 풀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작은 풀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뒤편에서 여성 두 명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성곽 좀 봐봐, 정말 예쁘다.” “그러게, 진작 와볼걸.” 운동화를 신고 편한 차림을 한 여성들. 연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이들도 이곳이 처음인가 보다.

이곳 낙산 구간은 코스가 제법 완만해 산책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 애완동물과 함께 주변을 걷는 시민도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등산복에 운동화, 배낭 등 전문적인 장비를 착용하고 성곽길을 걷는 이도 보였다. ‘어디서부터 걸어온 걸까, 백악 구간을 넘어온 걸까.’ 그들의 코스가 궁금했다.

▲ 낙산구간을 걷다 나오는 장수마을 ⓒ천지일보(뉴스천지)

◆낙상 공원 아래 장수마을’

성곽길 코너를 돌아 조금 더 길을 걸으니 ‘장수마을’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낙산공원 아래쪽 비탈길에서 한성대학교 사이에 위치한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 서울성곽을 경계로 성곽 안쪽은 종로구이며, 성곽 바깥쪽은 성북구다. 장수마을은 꽤 조용했다. 마을 입구에서는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이게 일상인 듯 싶다.

장수마을은 인근과 달리, 산비탈 아래로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다. 196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이 당시 땅값이 저렴했던 서울성곽 바깥쪽인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조성됐다.

▲ 장수마을의 어느 한 골목 ⓒ천지일보(뉴스천지)

현재의 장수마을은 60세 이상 노인이 많아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장수마을을 거닐면 벽화도 볼 수 있다. 몇 해 전 한성대학교 학생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장수마을에 벽화를 그린 거다. 하지만 현재는 주택 수리 등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게다가 인근에 이화벽화마을이 있어 장수마을 벽화는 빛을 보지 못한 듯 했다. 장수마을을 둘러본 후 다시 원래 코스인 성곽길로 돌아왔다. 성곽길에서 고개를 돌리니 멀리 서울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조선시대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선조들도 도성으로 들어가기 전, 이곳에 서서 주변을 바라봤겠지.’ 성곽길에 마련된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렇게 잠시 도심 속의 여유에 빠져들었다.
 

▲ 어느 가정집에 있는 오래된 장독대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음 편 보기 
[한양도성-낙산구간] ②역사 머금은 성곽, 예술 꽃도 피었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