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 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장

학생들은 수학을 왜 포기할까? 그 이유는 수학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도 ‘정서’도 없기 때문이다. ‘숫자’를 외우고, 덧셈∙뺄셈을 훈련하고, 공식을 외우고, 응용문제를 풀고, 순위를 결정하기 위한(변별력이 높은) 어려운 문제를 시험에서 푸는 일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념과 정보들이 필요하다. 이런 정보와 개념들은 인지 처리과정을 거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함께 작동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사결정과 판단에는 이런 인지과정과 감정, 정서가 함께 움직인다.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나한테 유리한 ‘즐겁고 긍정적인 것’과 불리한 ‘불쾌하고 부정적인’것으로 말이다. 이 감정이 인지 과정 위에 덮어 씌어져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주게 된다(Peters, Lipkus, Diefenbach 2006년 연구 참고). 예를 들어 기분 나쁜 경험을 통해 ‘수학’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되면 따라오는 어떤 정보와 개념도 부정적으로 판단되어, 나에게 주는 혜택보다는 불이익을 먼저 탐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해하기 쉽게 다시 설명하면, 인간은 의사결정에 여러 정보와 개념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는 너무도 복잡한 과정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초콜릿 케잌과 생과일이 올려진 생크림 케잌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기를 할 때 만년필, 볼펜, 연필, 수성펜, 유성펜 중 어떤 펜을 사용해야 하는가? 지정 좌석이 없는 야구장에는 1루, 3루, 외야 중 어느 구역에 몇 번째 줄에 앉아야 할까? 인간이 마주치는 수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모두 하나 하나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어렵다. 이럴 때 감정이 두 가지로 해답을 압축해 준다.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로 말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정서는 내가 의식과 무의식적으로 축적해 놓은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게 된다. 아버지께서 생일날 사오셨던 초콜릿 케잌에 대한 향수와 따뜻함, 졸업 때 선물 받았던 만년필의 촉감과 기억, 외야에서 홈런볼을 기다리던 추억이 수많은 정보와 의사결정의 단서를 하나로 만들어 주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게 딱 맞지(Feel right)!’. 바로 내 감정과 실제 내가 가진 경험과 정보가 일치하는 순간이다. 여러 과목 중에 내가 재미있고 즐거웠던 과목은 존경하는 선생님, 공부하는 즐거움, 새로움에 대한 기분 좋음이 함께 하게 된다. 그야말로 ‘긍정적인 감정’이 축적된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과목은 당연히 반대인 ‘부정적’인 감정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정서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왜’라는 질문 없이 외우기 시작했던 숫자인가? 지루한 구구단을 외우면서 틀릴 때 혼났던 기억이었을까? 도저히 정복할 수 없었던 변별력 높은 문제로 인해 떨어지는 수학 성적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은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 세대에게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수학은 즐거워야 한다. 스스로 풀고, 틀려도 얼굴 찌푸리며, 화내는 선생님이 아니라 격려하고 기다려 주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공식을 칠판에 적어놓고 천자문 외우듯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을 같이 따라가고 생각해보는 수업이 필요하다. 내가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될 때 발생하는 놀라운 기적이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한 동기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수학에 긍정적인 학생이라면, 수학의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아마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어, 영어, 사회 등 모든 과목에 공통적인 이야기다.

이제 조금 후면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올해 처음 입학한 학생들이 수학을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을 것이다. 이 때 부모님에게 드리는 조언은 처음일수록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지식’보다는 ‘태도’를 중심으로 하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부모님의 순간의 그 선택이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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