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한국납세자연맹 등 종교인 과세 추가유예 추진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9개 종교·시민단체 “국민 다수가 동의 성역 없이 시행해야”
한교연·기하성, 유예 추진 지지 “시의적절… 유예보다 폐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 과세 유예’ 추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시민사회와 종교계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한국납세자연맹 등 종교인 과세 추가유예 추진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국정과제로 종교인에 대한 특혜는 국민의 뜻에 어긋난 적폐 중의 하나”라고 질타하며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018년 1월 시행하기로 된 종교인 과세 시기를 2020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종교인 과세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종교·시민단체들은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반영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특정 종교에 치우쳐 ‘정교분리’ 헌법 정신을 뒤흔들어선 안 된다”고 김진표 위원장을 질타했다.

이들은 “2018년 시행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고 차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징수하고 원천징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탈세 의혹이 있다면 역시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조사를 받고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종교권력의 눈치 보기 같은 낡은 틀에서 벗어나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촛불을 든 국민의 마음을 아는 정부라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한국납세자연맹,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 불교환경연대,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등이다. 이들을 대표해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과 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금융감독원 연수원 접수처에 ‘종교의 자유 및 정교분리 분야의 정책의견서’를 전달했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종교인 개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이 차등 부과되도록 한 것이다. 2012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해 종교인 과세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2013년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당시도 법 시행에 대한 준비부족이 문제가 됐다. 결국 종교인 관련 조항을 2018년까지 2년 유예하는 조건으로 2015년 정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김선택(왼쪽) 한국납세자연맹 회장과 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가 31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금융감독원 연수원 접수처에 정책의견서를 전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면 개신교 보수성향의 교단협의체인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이날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시의적절하다’는 논평을 내고 김진표 위원장을 전폭 지지하고 나섰다.

한교연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경우 그 혼란과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정부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기 전에 각 종단마다 가진 고유한 영역과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과세 기준을 정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는 이미 많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거나 납부대상이 아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80% 이상이다”며 “그런데도 마치 모든 목회자들이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고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일부에서 종교인 과세 예외를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들은 “기재부가 이런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내년 1월 시행을 고수하기 위해 과세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면서 ‘조세저항’을 경고하기도 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이영훈 총회장)총회는 같은 날 일간지에 ‘종교인 과세 시행 2년 유예 추진을 환영한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여의도순복음총회는 종교인 과세를 유예보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유로는 미자립 교회가 경험할 납세의 어렵다는 것과 종교 단체 세무조사 합법화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2018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유예키로 한 보도와 관련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전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힌다”며 “종교인 과세는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로 판단되고, 유예보다는 폐지가 맞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부가 내년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를 위해 하반기 설명회를 여는 등 막바지 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김진표 위원장의 의견과 달리 정부는 내년 법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는 7월 종교인 및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번 설명회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종교인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짐에 따라 이에 대한 안내와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종교인 과세 추가유예 논란이 시민사회와 종교계로 번지면서 갈등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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