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화면세점 전경. (출처: 뉴시스)

김 회장측 “계약 무시한 불공정행위이자 갑질”
호텔신라 “정당하게 투자금회수 요청하는 것”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호텔신라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간의 채무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번졌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주식에 대한 가압류신청에 이어 주식매매대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김 회장은 호텔신라의 소송은 계약 내용을 위반한 불공정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소송전은 2013년 5월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19.9%(600억원)를 호텔신라에 매각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 양측은 합의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담보로 맡긴 동화면세점 지분 30.2%(54만 3600주)에 대해 질권설정도 했다. 김 회장이 해당 주식을 재매입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맡긴 지분까지 호텔신라에 귀속하기로 한 것.

본격 갈등은 3년이 되던 지난해 6월까지 김 회장이 주식매매대금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동화면세점에 주식처분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 회장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서대로 담보로 맡긴 지분까지 넘기겠다고 밝혔다. 담보 지분까지 넘어가게 될 경우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 총 50.1%(19.9%+30.2%)를 소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법상 대기업인 호텔신라가 중소면세사업자인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 없다. 때문에 호텔신라는 주식 처분금액을 반환하라며 소송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호텔신라는 지난달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35만 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6억원과 10% 가산금 72억원이 포함된 788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주식매매대금 반환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채무자 김 회장 소유의 롯데관광개발 주식 중 1111만 2000주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도 했다. 지난달 25일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여기에 추가로 김 회장의 롯데관광개발 잔여지분 865만주에 대한 추가 가압류도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추가 가압류까지 인용되면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 지분 전량(43.55%)을 가압류당하게 되는 셈이다.

김 회장 측은 이미 계약에 따라 담보지분까지 다 넘겼음에도 호텔신라가 기존 계약은 무시한 채 주식매매대금과 이자를 반환하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30일 동화면세점은 반박자료를 통해 양측 계약 당시 주식매매계약과 질권설정을 통해 호텔신라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에도 김 회장이 해당 지분을 재매입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잡은 잔여주식까지 호텔신라에 위약벌로 귀속하고 이후에는 일체의 추가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 동화면세점이 공개한 주식매매계약과 질권설정계약 내용. (제공: 동화면세점) ⓒ천지일보(뉴스천지)

동화면세점은 “김 회장은 호텔신라가 지난해 6월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19.9% 주식을 재매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에 지난해 12월 16일 가슴 아프지만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담보로 제공한 주식(30.2%)까지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38년간 평생을 바쳐 일군 국내시내면세점 1호인 동화면세점의 경영권까지 넘겼다”고 말했다.

또한 호텔신라는 주식매매계약과 관련 마치 김 회장의 사정을 감안해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당시 동화면세점이 재정이 어려워 호텔신라에 지분을 매각한 게 아니다”라며 “업계 3위 동화면세점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당시 면세점에 진출하려던 신세계그룹의 진입을 막기 위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주식매입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13년 4월 말 이부진 사장이 이를 위해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의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와 지분 일부만 호텔신라가 사게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규면세점이 대거 진출, 면세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기존 계약은 무시한 채 주식매매대금과 이자를 반환하라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과 동화면세점 측은 호텔신라가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도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 측은 “김 회장 측의 주장은 당사에 우호적인 계약서의 일부만을 가지고 하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호텔신라는 당시 맺은 계약서에 따라 정당하게 현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부진 사장이 동화면세점 관계자를 찾아간 적은 있지만 이는 협의 후”였다며 김 회장 측이 제기한 ‘신세계 저지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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