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3명의 공직 후보자의 위장 전입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 정부의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5대 인사원칙이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에 걸린 인사는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 안에 포함된 것이다.

이 일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사원칙 준수 의지를 밝히고 위배 논란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이후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5대 인사원칙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위장 전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2005년 7월 이후 발생 시 국무위원 원천 배제 원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라는 것보다 왜 틈만 생기면 불법을 밥 먹듯 저지르는가에 있다. 본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사람이기에 법보다 자기의 편의와 이익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자기 챙기기에 바쁘고, 남보다 자기가 늘 우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 자기 기분만 중요하고, 희생이 따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기적인 생각들이 만연하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당연한 듯 자행하는 현실이 돼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러한 일은 비단 공직사회에서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부와 권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 무슨 관례인 것처럼 행해져 왔던 것이 한국사회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풍조였다. 허나 이것이 조직이나 집단에 한정돼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 이만큼 했으니 됐어. 내가 왜 이 일을 더 해야 해?” “내가 맡은 건 다 했어. 내가 참고 희생해서 이것도 하는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집단에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내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선뜻 자신의 그 어느 것 하나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이기심의 발로다. 그렇기에 세상은 법이라는 것을 정해 놓았고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존’해 왔다. 너와 내가 즉 우리가 더불어 행복해지자는 것이다. 허나 생각과 의식이 삐딱한 사람들로 인해 그 법은 작은 집단이든 나아가 거대한 국가이든 삐걱거리게 만들었고, 불법이 성행하게 만들었다.

좋고 긍정적인 말과 행동보다 나쁘고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더 쉽게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기에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말과 행동은 삼가고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겠어?”라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을 때도 많다. 혼자만 희생하는 것 같아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 또한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불법이 흥한 세상에 힘을 보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세상 많은 불법 중 어느 하나 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바보 취급 받는 것이 절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잘못된 사상과 문화를 뿌리 뽑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즉 우리들의 몫이다.

공직자들을 향해 높은 잣대를 들이대며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의 모습부터 돌아봐야 한다. 물론 그들이 더 바르고 더 정직하면 좋은 일이지만, 나부터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 그 바람도 효력이 있을 것이다.

기독교의 경서 성경에 보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는 말씀이 나온다. 이는 즉 그들의 교훈을 삼가라는 뜻이다. 겉모습으로는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또한 사람은 가까이 두고 사귀어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그들의 언행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에게, 나아가 이 사회에 좋은 누룩이 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좋은 누룩이 될 수 있다.

밝고 긍정적인 문화, 불법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엔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희생을 감내해 낼 때에 우리 모두는 분명 좋은 누룩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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