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싱귤래리티(Singularity)란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추월하는 역사적 기점(특이점)으로 질적 도약이 생기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순간을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면 인류는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스스로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죽음도 넘어설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레즈 커즈와일 박사가 2005년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에서 언급한 미래 인류의 모습이다. 커즈와일 박사는 싱귤래리티 도래 시점을 2045년이라고 예언했다.

커즈와일 박사는 실제로 싱귤래리티를 준비하기 위해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싱귤래리티 대학을 설립했다. 싱귤래리티 대학은 구글·NASA·오토데스크와 같은 순수한 외부 펀드로 운영하며 ‘다음 세대 인류가 맞을 중대한 도전에 대비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인공지능·첨단과학·미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싱귤래리티 대학은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비슷한 과정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최초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씨가 이 대학을 졸업했다.

커즈와일 박사 이후 싱귤래리티라는 용어는 문화예술과 심지어 PC게임에까지 퍼져나가 널리 쓰이게 됐다. ‘투모로우’ ‘인디펜던스 데이’ 등 재난 영화 거장으로 꼽히는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도 5년 넘도록 싱귤래리티를 모티브로 한 SF장르 재난 영화 등의 제작에 골몰해오고 있다.

손정의 회장도 지난 2월말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2017 기조연설에서 “30년 안에 싱귤래리티가 찾아올 것이란 믿음 때문에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슈퍼인텔리전스가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감염병, 핵전쟁 등 12가지 위험을 막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라고 미래사회의 변화를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AI)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과 함께 사물인터넷칩, 보안, 인공위성 인터넷 등을 ‘모바일 시대 다음 요소’로 꼽았다.

손 회장은 싱귤래리티를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로 인식하고 미래 투자를 스스로 과감히 진행해오고 있다.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을 240억 파운드(약 35조 4000억원) 인수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1000억 달러(약 115조원)를 조성하는 등 패러다임 시프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그는 “1000억 달러는 시작일 뿐이고 다가오는 정보혁명은 너무 엄청난 기회여서 1000억 달러도 충분하지 않다”라면서 20~50년간 길게 보는 투자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손 회장은 “슈퍼 인텔리전스가 로봇과 같은 이동형 디바이스에 적용되면 우리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2040년에는 사물인터넷(IoT) 칩이 내장된 스마트로봇이 세계의 인구 수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사물인터넷 칩이 400억개지만 향후 1조개에 이를 것”이라며 “30년 안에 신발 속 칩이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2035년경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 사람 1명이 100여개의 사물과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물인터넷시대가 통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싱귤래리티가 올 것인가. 혹자는 특이점 이론은 곳곳에 허점이 많아 싱귤래리티란 발생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정확한 시점은 다를지 모르지만 언젠가 올 수 있다고 믿는 학자가 많다. 실제로 아직 인체에서 상용화가 안 됐지만 나노 시대가 열리면서 나노 로봇 존재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 한계를 넘어서고 인간이 과학 기술의 힘을 얻어 인간 자체를 뛰어 넘는 ‘트랜스휴먼’은 확실히 현재진행형이다. 공상 같은 허황된 생각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도 누군가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특히 소수의 천재성을 지닌 젊은 학자들이라도 싱귤래리티의 핵심인 인공지능·첨단과학·미래학 등을 탐구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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