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금년에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린이날은 1922년에 방정환(方定煥) 선생이 5월 1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 어린이날을 정하게 된 취지는 천도교 제2대 교주인 해월신사의 ‘어린아이를 때리지 말라. 어린아이를 때리는 것은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니라’라는 말씀을 근본으로 하였다고 하며,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한다는 뜻도 들어 있었다고도 하는데, 1925년부터는 어린이날 기념행사도 개최하였고 1927년부터는 5월 첫째 일요일에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항일기 말 일제의 한국민족 말살정책에 의해 1939년 일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8·15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는 날짜를 5월 5일로 바꾸고, 어린이날 기념행사도 다시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1957년에는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당시 내무부·법무부·문교부·보건사회부의 4개 부처 장관의 명의로 어린이헌장을 공포하였고,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어린이대공원이 건립되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1975년부터는 국정공휴일에 어린이날이 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 등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해 기념행사와 각종 축제와 박람회 및 체험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정부청사는 물론 소방방재청, 국방부, 문화관광부, 과기부, 보건복지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에서도 어린이날에 개방행사를 펼쳐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육·해·공군 및 사관학교, 전쟁기념관, 전국의 자연휴양림이 무료로 개방하기도 하였고, 경복궁 등 여러 궁과 능에서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도 하였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학교와 교원단체, 교육행정기관에서도 어린이날을 제정한 정신을 기리며,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고 어린이들이 밝고 꿈을 가지고 힘차게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많은 행사를 벌인다. 각 가정에서도 어린이날만은 모든 일을 젖혀두고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루 종일 들과 산으로, 또는 어린이날 행사장이나 고궁, 박물관, 서점, 어린이 영화관, 백화점 등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야말로 어린이날은 그 날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든지 분명한 것은 100%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는 것이다.

다만 금년의 어린이날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46명의 천안함 장병들의 명예를 기리는 안장식을 거행한 지 며칠 되지 않기 때문에 화려한 기념식이나 축제를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어린이날도 다른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관련 사회단체에서 기념행사나 개최하고, 그 취지만 국민들에게 알리면 되지 굳이 휴일로 정할 필요까지 있느냐 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가정에 있는 자녀에게도 좋은 선물과 맛있는 음식을 사줘서 즐겁게 해주면 되지 하루 종일 자녀를 데리고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부모가 고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어버이날도 휴일이 아닌데, 어린이날만 휴일로 지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물질만능주의 사고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사회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이런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는 어린이날을 제정한 참 뜻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편의상 1년의 하루를 휴일로 정하여 국민들이 그 자녀들을 위해 하루를 뜻 깊게 보내게 하자는 것일 뿐, 대규모나 화려한 축제 방식의 행사를 치른다고 하여 어린이날의 취지가 드높여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헌장에는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어린이날은 모든 국민과 부모들이, 그리고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린이가 행복하고 즐겁게 자랄 수 있도록 도우며, 어린이들이 부모와 국가에 대하여 늘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각을 가다듬는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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