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을만나다] ‘대립군’ 이정재 “이름 없는 자들이 정체성을 찾는 영화예요”
[영화人을만나다] ‘대립군’ 이정재 “이름 없는 자들이 정체성을 찾는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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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립군’에서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도회적인 이미지 벗어던지고
거친 대립군으로 돌아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배우 이정재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으로 돌아왔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돼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암살’ ‘관상’ ‘신세계’ ‘도둑들’ 등 대한민국 대표 흥행 대작에서 완벽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품마다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인 이정재는 이번 영화에서 대립군의 대장 ‘토우’ 역을 맡았다.

‘토우’는 조상 복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의연한 대처 능력과 판단력으로 전쟁터에서 남을 대신해 군역을 살아간다. 임진왜란으로 조선이 폐허가 됐을 때 ‘토우’는 서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선조의 신임을 얻지 못한 ‘광해(여진구 분)’를 어르고 달래며 강인한 왕의 모습을 갖춰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대립군’은 실내 세트촬영을 배제하고 올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산을 누비며 촬영해야 했다. 톱스타로 편안한 실내 촬영을 할 수 있었던 이정재가 왜 갖은 고생을 하는 ‘대립군’을 택했을까.

▲ 영화 ‘대립군’에서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정재를 만났다. 그는 40대임에도 20대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청청패션(상의와 하의를 데님소재로 입는 패션)’을 선보였다. 깔끔하면서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한 이정재는 여느 톱스타처럼 거만하지도, 불성실하지도 않고, 젠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영화에서 이정재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얼굴에 수많은 잔 흉터와 거친 대립군으로 완벽하게 분한다. 당시 유행했던 트레머리에 옷은 언제 빨아 입었는지도 모를 누더기다. 거친 비주얼과 반대로 ‘토우’는 하지만 날렵하고 정확한 움직이며, 리더로서 동료들의 신임을 얻는다.

이정재는 “‘토우’는 투박하고, 동물적인 직감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즉각 반응하고 산속에서 민감한 사람”이라며 “생존해야 한다는 공포심이 항상 이 사람 안에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토우가 공포에 찬 표정을 잠깐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립군’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위해 전국 산을 다니며 극한 현장에서 촬영해야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정재는 “보시면 잘 못 느끼시겠지만 여정이 다 다르다. 배우들도 잘 모르겠더라. 장비를 이고 메고 이동하고 펼치는 과정이 굉장히 고됐다”라며 “산성 전투라든가 자객 습격이라든가 여러 가지 장면을 CG 처리했더라면 미술팀이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이정재도 역시 “상대방하고의 심리적인 대치상황을 찍을 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 영화 ‘대립군’에서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왜 이렇게 힘든 작품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정재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하다못해 염라대왕(차기작 ‘신과 함께)까지 하고 있으니”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시나리오가 이야기와 인물 간 관계성이 잘 써진 것 같다. 작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 시대에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근거를 들고 풀다보니까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더라”며 “힘이 있으니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 더 살아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니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이야기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 이 영화 보면 볼수록 오늘 날 우리 현실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는 “시나리오 처음 나오고 읽기 전에는 국정농단이 있기 전이었다. 촬영 중에 일이 터졌고, 촬영 말기에 탄핵이 되면서 장미대선을 치렀다”라며 “이 때문에 제작사 측에선 언제 개봉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과연 지금 사회·정치적 시류에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맞는 것인가에 관한 고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로 봐줬으면 좋을 것 같다. 관객의 취향 가치관이 다른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이름과 소속에 대해 고민하잖아요. 내 이름은 없어지고 ‘김대리’ ‘김과장’ ‘이부장’ 이런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영화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정규군 시켜줄게’ 하는 달콤한 말로 꾀어서 제일 어려운 최전방 전투에 참여시키는 인물과 상황을 이야기해요. 이들에게는 이름이 없어요. 이번 영화는 그런 부분을 오랜만에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이름 없는 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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