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손원영 교수 파면의 시민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시민대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 정의평화불교연대 대표 이도흠 교수, 청어람 ARMC 양희송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손원영 교수 파면의 시민사회적 의미’ 토론회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1.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나대학교 여름학기 강의를 교회 예배 시간을 피해 일요일에 진행했다. 이를 두고 예나의 종교재판소와 그 상위 기관인 바이마르 주재판소가 피히테의 일요 공개 강의가 공적인 예배를 의도적으로 침해하고, 안식일 조항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피히테는 무신론자로 여겨져 예나대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2. 지난해 1월 손원영 교수는 개신교 신자인 60대 한 남성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절은 미신이고 불상은 우상”이라며 불당을 훼손해 1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히자, 그를 대신해 사과했다. 이후 손 교수는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 2월 17일 서울기독대학교 이사회는 18년간 재직한 신학과 손원영 교수를 파면했다. 이유는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과거 약속한 것들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 교원성실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교적인 이유로 개인 또는 단체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적지 않다. 최근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을 당한 손원영 교수 사건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손원영 교수 파면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잇달아 성명을 냈고, 지난 3월에는 ‘손원영 교수 파면사건시민대책위(대책위)’가 출범했다.

26일 대책위와 레페스포럼은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손원영 교수 파면의 시민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했다.

▲ 26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손원영 교수 파면의 시민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시민대토론회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청어람 ARMC 양희송 대표는 손 교수 파면 사건이 “개신교 승리주의의 패배”라고 진단했다. 양 대표는 대학 측이 내보인 태도는 사회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며 “손 교수는 상을 받을 일을 한 것이지 처벌 받을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에 관한 대학 측의 처사는 우리 개신교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겨줬다”며 “신속한 사정을 요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도 “손 교수 한 사람이 손 교수를 파면한 대학과 교단 전체보다 더 옳아 보인다”고 옹호했다. 이 교수는 “종교적이고 교육적인 그런 의미의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그런데 손 교수를 파면한 대학은 그 반대의 길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대표 이도흠 교수는 “부처 안에서 예수를 발견하고 예수 안에서 부처를 발견하며 더 좋으신 부처와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더 나은 존재로 고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과 굶주리는 어린이와 노인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멸종 위기의 생명이 있는 곳이 이 지구의 중심”이라며 “기장 먼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 자리에 부처와 예수가 자리한다”고 말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손원영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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