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선원 가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수색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청와대 인근서 기자회견 열어
침몰사고해역 수색 재개 요청
“피 마르고 창자 끊기는 심경”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좀 만나주세요.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문 대통령님께 면담을 요청드립니다. 망망대해에서 50여일을 버틴 선원들에게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나서주셔서 수색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 선원 가족들은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 대한 수색 재개를 요청하며 가족을 찾지 못하는 아픔을 호소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0일 오전 4시경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가족과 상의도 없이 사고해역에 대한 수색을 집중수색에서 통항수색으로 전환했다. 통항수색은 사고해역을 지나는 선박이 본 목적지로 항해하며 주변을 조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색이 종료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가족들의 입장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로 실종된 2항사 허재용씨의 누나인 허경주씨는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부부처는 바뀌지 않았다”며 “바뀌지 않더라도 태도만이라도 바뀌길 바랬던 가족들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가족들의 수색 재개 요청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선원 가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수색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 홍영미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대해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세월호 사건으로 교훈을 얻지 못해 또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말 비참하고 참담하다. 지난 3년간 외쳤던 외침이 지금 또 다른 사건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또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믿음이 무너졌다”며 “이 가족들은 피가 마르고 창자가 끊어지는 심경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제발 다른 세상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우리 세월호 가족들이 좀 더 피터지게 싸웠더라면 지금 이 상황이 없지는 않았을까하는 자괴감도 든다”며 “여전히 초기 구조에 실패했고 외교부는 책임감이 없고 수색 상황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보상 문제로 가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의 태도가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황필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변호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은 재난안전법령에 의하면 재난인 해상사고로 정의된다”며 “이번 침몰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해 소홀했다는 점에서 재난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외국에서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지침이나 원칙,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재난에 대해 재앙수준으로 준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선원 가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청와대로 민원서를 넣으려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거리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고에 대해서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또 어떤 대처를 했는지 그것을 설명해달라는 것인데 정부는 묵묵부답이며 중요한 결정이나 책임에는 발뺌한다”며 “국가는 위기상황에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것이 바로 잔인한 국가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안전국장 등 20명으로 비상 대책반이 꾸려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선 후 청와대는 사고대책반을 다시 꾸려야한다고 한다”며 “도대체 대선 전·후의 대책반은 서로 무엇이 다른 것인지. 몇 십 명의 대책반 인원들은 지금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날 실종 선원 가족들은 ▲사고 해역 수색을 재개하고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의 구난선 재투입 ▲해양수산부는 수색해역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이 수색에 참여토록 요청할 것 ▲외교부는 모든 외교채널을 적극 가동해 인공위성뿐 아니라 사고해역 인접 국가의 초계기, 군함,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이 진행될 수 있게 할 것 등을 촉구했다.

▲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선원 가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수색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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